▲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지적된 사안이 사회적인 물의를 빚는 일이 적지않다. 그중에서 지난 6년간 전국 교육청에서 실시한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결과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며 명단까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최근 국정 감사현장에서 1천878개 유치원에서 6천건(평균 3.2건)에 이르는 비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유치원 교비로 원장이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숙박업소에서 사용하고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 용품을 사기도 했다”며 “종교시설에 헌금하고 유치원 연합회에 수천만 원을 회비로 내고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 값과 차량 수리비, 자동차세, 아파트 관리비까지 낸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박 의원이 지적한 사례들은 일부 사립유치원에서 일어난 국민의 공분을 살만한 비리이자 적폐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사인이 경영하는 학교로서 공립유치원이나 학교법인 형태의 초·중·고등학교와 동일한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사립유치원에 적용할 사학재무회계규칙이 별도로 필요한데, 설립자의 지위와 사유재산권을 회계규칙상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 결과 사립유치원이 유치원을 경영해 남은 이익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투자한 자금에 대한 이익으로 회수하는 문제와 관련,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치원생이 낸 원비의 일부를 설립자(원장)의 이익금으로 보고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상으로 볼 것인지 부정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다르다. 특히 이런 문제는 누리과정이 시행되면서 더욱 크게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사인이 경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교비회계와 설립자의 투자 및 경영활동을 위한 회계의 구분을 정부가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리과정을 실시하면서 사립유치원의 특수성을 감안한 사학재무회계규칙이 마련되지 못한 채 정부는 2013년경부터 기존의 재무회계규칙을 사립유치원에 적용해 감사를 실시했다. 사립유치원으로서는 이익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여러가지 편법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수십년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유치원 경영자의 이익 회수가 횡령 등의 범죄로 돌변했다.

사립학교를 둘러싼 비리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사립학교는 태생적으로 자기 이익에 반하는 정책에 저항하며 따르지 않는다. 더구나 사립학교 이사장들이 국회와 정부에 상당수 진출해 있기 때문에 개혁을 시도하는 것조차 쉽지않다.

실제로 사립학교 재단에 불리한 입법현안이 생길 경우 해당되는 국회 상임위원이나 담당 공무원에게 절대로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학교시절 은사나 선배, 동료들의 전화가 들이닥친다고 한다. 이러니 사립학교 비리가 이제껏 근절되기는 커녕 점점 넓게 확산돼 이 나라를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그나마 정부가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8일 “2013년부터 누리과정이 전면 도입되면서 매년 사립유치원에 2조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는 데도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했고 상시적인 감사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은 교육당국이 깊이 성찰해야 할 지점”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의 투명성 강화와 비리근절을 위한 대책을 함께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따라서 교육은 사업이 돼서는 안된다. 공적영역이기 때문에 이익과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민영화됐던 교육을 점진적으로 공영화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해 초·중·고등학교까지 공립유치원과 학교를 증설하고, 평가를 통해 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유치원과 학교는 문을 닫게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유치원과 학교를 공립화해야 한다. 그래야 두번다시 사립유치원이 드러낸 민낯에 얼굴 붉히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