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만 수

거사도 보살도 들이지 않은

운문 강원(講院) 앞밭에 씨앗을 놓는다

저들의 수행이 알타리무우 아래로 구르는 시월을 향한

묵언(默言)의 씨앗 놓기는 느리고 길었다

오래 닫힌 몸에 씨앗을 받아들이는 그녀들

곧 수태할 것이고

산란할 것이다

알토란 두 고랑

방울토마토 두 고랑

근대 두 고랑

알타리무우 두 고랑

두 고랑 먼동

두 고랑 노을

필자는 몇 해 전 늦여름 청도 운문사 기행 중에 절집 앞 제법 넓은 사찰의 밭에서 일을 하는 비구니 스님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말없이 쟁기를 끌고 이랑을 만들고 가을 무씨를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밭은 가생이에 토란, 방울토마토, 근대가 두 고랑씩 자라고 있는 것을 봤다. 이승의 가슴 아픈 인연들을 뒤로 하고 입산한 구도자들이지만 노을지고 새벽 먼동이 틀때면 두고온 가족, 사랑하는 사람, 잊지못할 인연들이 그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쓴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