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 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2016년 3월에 서울에서 열린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흥미로웠다. 인간계 최고수로 선발된 이세돌이 1승 4패로 밀렸다. 1, 2, 3, 5국을 알파고가 가져갔고, 이세돌은 4국을 건지는데 만족해야 했다. 4국 역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세돌이 던진 끼움수에 알파고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인공지능의 유일한 패착이었다.

2017년 5월에 알파고는 세계최강 커제 9단과 대결해 3전 전승을 거둔다. 열혈청년 커제는 바둑을 두다가 분을 삭이지 못한 나머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눈시울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알파고는 불과 1년만에 바둑 분야에서 인간을 완전히 따돌리는 절정고수로 등극한다. 알파고는 은퇴하여 신계(神界)로 들어갔다고 한다.

종횡으로 19줄 361개의 교차점에 돌을 놓아야 하고, 패라는 변수로 중무장한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불안한 징조는 이미 1997년에 감지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스를 물리친 것이다. 다시 20년만에 인공지능은 바둑에서도 인간의 능력을 추월한 것이다.

일반적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사람을 초인이라 부른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하게 될 초인과 도태하게 될 나머지 인간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우려가 언론에 보도됐다. 6년 전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돼 원하는 대로 특정 유전자 부분을 잘라 내거나 붙이는 방법이 열렸다. 이 기술은 치료가 어려운 유전적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치료에 쓰이고 있다. 호킹의 우려는 이것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인간은 금세기 안에 인간지능이나 공격성과 같은 본능을 바꾸는 방법을 발견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유전공학을 금지하는 법안은 통과되겠지만, 일부 사람들은 기억력, 병에 대한 저항력, 수명 등의 특성을 개선하려는 유혹을 참지 못할 것이다.”

호킹이 말하는 일부 인간들은 비상한 기억력,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 타인들과 비교 불가능한 장수 가능성 등으로 일반적인 인간과 구별된다. 그런 사람을 호킹은 ‘초인’으로 규정한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강력한 지배자 초인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르크스가 주장한 계급투쟁 대신 초인과 범인의 대결이 일상화할 가능성이 크다. 호킹은 이들 양자 간의 정치적 갈등과 대결, 그로 인한 파국을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초인에 초지능을 보태고 싶다. 인공지능의 능력을 최대한 확장한 초지능의 등장 역시 평범한 인간들의 강력한 적대세력이 될 공산이 크다. 단순히 공부하고 연산하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자유의지로 결정하는 초지능! 인간의 조력자이자 충실한 종복(從僕)으로서 인공지능(로봇)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초지능의 출현! 일부 미래학자들은 초지능의 도래가 아무리 늦어도 2050년 무렵이라고 확언한다.

초인의 조건이나, 초지능의 소유는 모두 거대자본과 결부된다. 특정한 부자들만 유전자 조작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오직 그들만이 자기네가 원하는 초지능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20:80이나 1:99의 사회가 아니라, 0.0001 : 99.9999의 대결이 일상화될 수 있는 것이다. 200년 전인 1818년에 태어나 계급투쟁과 그것에 기초한 사회주의의 도래를 예견한 마르크스도 예상하지 못한 신세계의 문턱에 우리는 서 있다.

2018년 시점에 장밋빛 전망으로 자주 다뤄지는 4차 산업혁명 논의는 섬뜩한 점도 없지 않다. 미증유의 과학기술 문명의 결과에 인류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 ‘엘리시움’의 세계가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