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조운도 후손가 기탁
‘우리 미감 우리 산천’ 표현
국학진흥원 “귀중한 연구 자료”

▲ 겸재 정선이 금강산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안동] 최근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5~1759)이 그린 금강산 그림 7점이 발굴됐다.

18일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영양군 일원면 주곡리 주실마을 월하 조운도(1718~1796)의 후손가가 이 그림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화폭 크기 세로 40㎝, 가로 30㎝ 가량인 7점 모두 종이 바탕에 수묵으로 그렸다.

각 폭의 왼쪽 또는 오른쪽 윗부분에 ‘비로봉’, ‘비홍교’, ‘마하연’, ‘정양사’, ‘보덕굴’, ‘구룡폭’, ‘단발령’ 등 그림 제목과 ‘겸재초(謙齋草)’라는 서명이 적혀 있다.

그림 제목과 서명만 있고 창작 동기와 감상 등을 표현한 화제(그림의 제목)나 인장은 없다. 금강산은 경관이 뛰어나 예로부터 시가나 문장, 그림으로 많이 표현됐다.

이번에 공개한 겸재의 금강산 그림은 화폭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내금강의 각 명소를 부감법이나 원형의 구도를 사용해 요약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구도가 다소 형식적이고 채색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겸재는 거칠고 활달한 필치로 금강산 명승의 외형적 특성을 담아냈다. 우리 미감으로 우리 산천을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겸재는 쓸어내리듯 휘두른 빠른 붓질로 단번에 그리는 일필휘쇄(一筆揮灑) 필법으로 유명하다.

‘단발령’ 오른쪽 부분은 무성한 숲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토산(土山)으로 묘사해 맞은편 예리한 암산들과 대조를 이룬다. 주역 음양 원리에 따라 대비란 조화를 생각하며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로봉’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듯한 봉우리 공간감이 화면 전체를 압도한다. 실제 경치를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산수 본질을 꿰뚫어 자기 창작 원리에 맞춰 재구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금강산 그림은 겸재가 그린 금강산 그림 가운데 ‘초본(草本)’ 내지 ‘조본(祖本)의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겸재 산수화의 밑그림으로서, 금강산을 소재로 한 그의 그림의 원형으로서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겸재의 금강산 그림은 겸재의 구도, 필법, 표현 등에 대한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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