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승 도

덫에 걸려 죽은 쥐를 쓰레기 소각장에 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던가

방 안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마당을 돌아다니는 과자 봉지와 종잇조각, 비닐 끈을 주워 소각장에 모아놓고 불을 놓았다(쥐는 그새 거죽이 말라붙은 채 썩는 내를 소각장 주위에 날리고 있었다)

불이 타들어가 쥐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쥐의 몸 안에서 무엇인가 나오기 시작했다

꾸물꾸물 허연 것들이 모습을 보이는가 싶자

우르르 와르르 터저나오는 구더기

벗어날 길 보이지 않는 구더기 사태

내 몸 안에서 쏟아지는 구더기들

강원도 산속에서 생활하며 시를 쓰는 시인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시의 모티브는 쥐의 죽음이지만, 우주, 자연계, 인간세계의 모든 죽음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는 인식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죽음이란 숙명이며 거부할 수 없는 것이고 한없이 가벼운 것이라는 냉정한 인식을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산(山)에서 터득한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