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고위급회담을 열어 군사·철도·산림·보건·체육·이산가족·문화 분야 등에서의 협력 이행방안을 망라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남북은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다. 남북은 다른 그 어떤 분야보다도 먼저 이산가족 상시면회·고향방문길부터 뚫어내어 낯부끄러운 비인도적 장벽부터 헐어내는 것이 순서다.

지난달 평양공동선언 이후 처음으로 만난 이날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은 철도와 도로공사 착공식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0월 하순부터, 동해선은 11월 초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남북은 또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남북장성급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하계올림픽 공동 출전과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문제 협의를 위한 남북체육회담과 전염성 질병의 유입·확산 방지를 위한 분과회담은 10월 하순,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은 10월 22일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기로 했다. 전면적 남북교류의 물꼬를 본격적으로 텄다는 차원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공동보도문에 나타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합의내용이 부실하다.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면회소의 복구와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을 위한 실무적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적십자회담을 11월 중 금강산에서 진행하고, 이산가족 면회소 시설 개보수 공사 문제를 협의해나가는 수준에 그쳤다.

북측이 여전히 과거 냉전시대의 대결적 구도에서 상봉사업의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면 큰일이다. 그같은 태도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거론하는 그들의 주장과 완전히 어긋나는 이율배반이기 때문이다.

분단으로 혈육이 70년 가까이 생이별한 나라는 지구촌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어떤 이유를 들이댄다 해도 도저히 있어선 안 될 처참한 비극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야 한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남측에서 13만2천899명의 이산가족상봉 신청자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7만6천308명이 사망했고, 생존자(5만6천591명) 중 80세 이상이 62.4%(3만5천30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산가족 상시면회·고향방문길부터 먼저 뚫어야 한다.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시혜적’ 입장을 취하는 잔인한 태도를 고수해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전환이야말로 평화공세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첩경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 점을 간과하지 말고 이산가족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해괴한 ‘로또 상봉’의 비극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