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이달 초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마켓인 ‘KIAF 2018’(Korea International Art Fair)이 서울에서 개최됐다. 한국화랑협회 주최로 마련된 이번 KIAF는 올해로 17년째 진행되고 있으며 매년 100여 개가 넘는 세계 유명 화랑들이 참여해 세계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필자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상, 행사장에서 관람을 하다 보면 일반인들이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에 대한 성격과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아트마켓, 즉 미술시장을 뜻하는 아트페어(Art Fair)는 보통 여러 개의 화랑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일컫는 말이다.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팔고 사는 시장이기 때문에 작품성 위주의 비엔날레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때때로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형식도 있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간의 정보교환과 작품 판매촉진, 시장 확대를 위해 주로 미술품 중개를 담당하는 화랑들이 연합해 개최한다.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는 스위스의 바젤, 미국의 시카고, 프랑스의 피악을 꼽을 수 있으며, 독일의 쾰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독일 베를린, 홍콩 바젤 등도 유명하다.

반면 격년제로 열리는 전람회 및 그 밖의 미술 행사 등을 가리키는 비엔날레(biennale)는 ‘격년제’란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따온 것으로 ‘격년 잔치’, ‘격년 미술 잔치’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아트페어처럼 미술품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20세기 이후 미술교류가 국제적으로 활발해짐에 따라 각지에서 대규모 국제 미술전시회를 기획해 국제적인 미술경향을 서로 공유하고, 화가들과 미술애호가, 평론가들이 새로운 미술흐름을 찾아나가는 행사로 마련된다. 세계 3대 비엔날레로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 휘트니가 있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에 시작된 최고(最古)의 국제미술전이며 규모도 세계 최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부터 광주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에는 한국과 일본, 프랑스, 미국 등 14개국 174곳 갤러리가 참여해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미술 등 3천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데이비드 즈워너와 페이스 갤러리(미국), 페로탱 갤러리(프랑스), 이노우에 갤러리(일본) 등 세계 최정상급 화랑들이 처음으로 참여해 한국국제아트페어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앤디 워홀, 데미언 허스트, 프랭크 스텔라, 페르난도 보테로,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을 비롯해 백남준, 김흥수, 이우환, 김창렬, 박서보 등 한국화가들까지 가세한 이번 행사는 한자리에서 세계미술관 투어를 하듯 가성비 높은 체험효과를 안겨 주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 미술계뿐 아니라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미술축제라는 효과와 함께 K-팝의 한류 열풍에 이어 K-아트(ART)의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기 위한 화가들과 미술관계자들의 숨은 노력이 담겨져 있다. 미술을 단순히 화가들의 창작활동과 전람회로 한정짓기보다는 미술을 통한 문화관광산업과 연계시켜 나가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러한 대규모 행사를 통해 모색되어진다면 경제적 효과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이제는 세계 미술계가 한국미술을 바라보는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1910년대 서양미술이 한국에 처음 소개된 이후 다양한 화가들과 사조들이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한국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미술품 구입 등도 중요하겠지만 미술전람회가 개최되는 미술관과 갤러리 방문기회를 확대해 생활 속에서 미술을 늘 함께하고 즐기는 문화가 먼저 만들어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