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레이’가 쓸고 간 강구시장, 판매 기능 모두 잃어
7천여 자원봉사자들 응급복구 돕지만 ‘생계 막막’
재난지원금 받아도 일상 복귀엔 턱없이 모자라

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간지 일주일을 지난 13일 영덕군 강구시장.

북적여야할 장날이지만 손님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스산하다. 7천 명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골목 곳곳을 가득 메운, 버려진 가전제품과 집기들은 자취를 감췄지만 주민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쓸 만한 가재도구를 골라내고 설거지를 하고 옷과 이불을 빨아 너느라 분주하기만 했다.

시장에 만난 김영애(61·여)씨는 침수 당시 방충망을 뜯고 탈출하던 급박한 순간을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들려줬다. 이야기 중에 피해규모를 묻는 말에 김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장판과 벽지를 뜯어낸 김씨의 집은 세간을 다 들어내 버려 텅 비어있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던 김석출(82) 할머니는 수백만 원의 옷과 이불을 몽땅 잃었다. 보일러 교체에 80만 원이 들었다는 손후규(69)씨. 남편과 무너진 담장을 수리하던 할머니는 무료급식 방송을 듣자마자 꿈의 교회 급식소로 급히 걸어갔다.

삶의 터전을 엄습하는 흙탕물에 놀란 마음, 깡그리 길가에 버려지는 세간살이에 속절없이 무너지던 마음이 조금은 추슬러졌지만, 피해주민은 여전히 암울하다. 앞날을 가늠해보지만 시계(視界)는 제로에 가깝다. 어두운 밤, 몸을 누이면 흙탕물 대신 절망이 엄습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장롱 같은 살림살이, 상가영업에 필요한 상품과 집기 비용은 수백에서 수천만 원이고 공장설비와 원자재, 대형마트의 상품들은 전부 수마에 잃었다. 어선의 경우 수억 원을 강물에 떠내려 보냈다.

법적으로 피해주민에게 지급 가능한 재난지원금은 가구당 최대 100원. 조만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각종 세제를 추가적으로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다 합쳐도 태풍피해 이전 수준으로, 일상생활로 복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주민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주변에서 빚을 내야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이들이 기대고 싶은 곳은 전 국민의 관심과 도움이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고통에 대한 공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의연금(성금)도 삶의 의지를 크게 북돋워 줄 수 있다.

영덕군도 피해주민 생계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자 성금모금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관과 기업, 개인과 단체에서 보내준 성금규모는 11억 원에 불과하다. 최근 시작된 국정감사와 고양시 저유소 화재에 전국적 관심이 쏠리면서 영덕군의 태풍 피해는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어 더 많은 성금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4일 기준 영덕군 공공시설 응급복구율은 90%. 침수피해가 집중된 시가지와 주택 등의 외관은 제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걱정과 근심으로 피해주민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피해주민 형편이 정말 힘들다. 구걸이라도 하고 싶다. 언론의 관심도 갈수록 줄고 있어 걱정이다. 많은 분들이 태풍 피해주민의 아픔을 보듬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덕/이동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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