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보수대통합’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우파를 재편하겠다”며 반응했다. 현격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한국정치에서 보수통합은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보수정치인들이 진정한 ‘환골탈태’도 ‘좌표 재정립’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지 뭉치자고만 대드는 것은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범보수 통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 밖의 유력 보수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최근 언론에 “지금은 당권을 논할 때가 아니라 보수대통합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현재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접촉면을 구상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 당권 도전 등 정계입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지난달 한국당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을 포함한 일부 의원들과 오찬을 했고, 내달 초 한국당 10여명과 만찬 회동을 하기로 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어, 입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오 전 시장도 오는 20일 지지자들과 등산을 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최근 오 전 시장을 만나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힘을 합쳐 보수통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조강특위 위원인 전원책 변호사가 보수통합과 양당제를 강조하며 바른미래당 중진 의원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며 영입에 나설 뜻을 밝힌 점도 관심을 끈다.

한국당 일부에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손학규 대표는 일단 발끈하고 있다. 손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은 제대로 된 보수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힐난했다. 이 시점에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유승민 전 대표의 움직임이다.

문재인 정권의 오버페이스가 점증하고 있는 시점에 ‘범보수 통합’은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수구꼴통’, ‘국정농단 세력’의 구겨진 이미지를 그대로 둔 채로 합치거나 뭉치거나 무슨 민심이 반응할 것인가.

아무리 급해도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추슬러 국민들이 원하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참다운 보수의 이념좌표부터 새롭게 세우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말한 보수에 대한 치열한 ‘가치논쟁’으로부터 새 길을 모색하는 게 맞다. 그래야 비로소 성공적인 보수대통합은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묶어 쓰자고 덤벼서야 바느질이 제대로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