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헌

인사장 한 장 남았다

어디 가면 돌확을 구할 수 있냐던

허름한 시골집 하나 구해서

연못을 파고 살고 싶다던

가슴 죄다 파내고 살고 싶다고 했다

내 오랜 친구

지금은 어디로 갔나

그의 아버지 문상(問喪)온 지인들에게 보냈던

2007년 1월 5일자 소인의 감사 인사장엔

문상조차 부담스러워

홀로 삭히기를 원했던 그 친구

문인협회 월례회 때 만나기로 한

그 약속은 어디로 갔나

오랫동안 정을 나누며 문학을 얘기했던 친구가 종적없이 사라지고 그가 남긴 건 십여 년 전 그의 부친상을 치르고 난 뒤 보내온 인사장 한 장이라고 말하며 시인은 세상 사는 일의 허망함과 친구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펴 보이고 있다. 쓸쓸한 세월이 쏜살같이 빠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