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계획서 94.4% 제출했지만
미비점 많아 실질 성과 미지수
수백여 농가는 철거·폐업 위기
건폐율 등 핵심 제도 개선하고
이행기간 조정 등 대책 마련돼야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를 통한 환경개선에 적신호가 드리워졌다. 경북 도내 1만3천540 무허가 축산농가 가운데 9천777농가만 우여곡절 끝에 이행계획서를 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적법화’로 연결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로 마감한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이행계획서 제출률은 94.4%로 최종 집계됐다. 이들 농가는 최대 1년의 적법화 이행 기간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나머지 5.6%인 864농가 중 1, 2단계(간소화 신청 단계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285농가를 제외한 579농가는 자진철거 및 폐업 위기로 몰리게 됐다.

특히 경북 도내 적법화 대상 농가 중 간소화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은 농가가 3천여 곳에 이르는 데다 간소화 신청에 이어 이행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내용 자체가 부실해 ‘시한폭탄’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달 이행계획서 제출 기한을 10여 일 앞둔 시점에서 20%대에 불과하던 제출률이 갑자기 90%대로 급상승한 것에 대해 기한이 다가오자 이행계획서를 급하게 작성해 제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 시·군은 이행계획을 평가해 적법화 이행 기간을 최대 1년까지 부여할 수 있다. 이를 2주 안에 판정해야 하는 데 이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대상 농가의 상당수가 이행계획서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행계획서에는 법 위반내용부터 현황측량, 성과도와 계약서, 위반사항 해소방안, 적법화 추진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이행계획서 제출 실적이 부진하자 정부는 지역 축협이 축산농가의 측량계획을 담보하면 이행계획서 제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내 시·군에서 고르게 이행계획서가 접수됐지만, 지역마다 이행계획서의 완성도는 천차만별”이라며 “전담 TF팀이 있는 지역은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측량계획만 적어낸 이행계획서가 부지기수라 평가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농가가 이행 기간을 부여받더라도 실질적인 적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 7월 축산업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37개 항목에 걸쳐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핵심과제가 제외됐다. 최대 걸림돌인 건폐율과 개발제한구역 축사면적 상향 조정, 입지제한구역 구제방안, 해당 시설물과 축사간 거리제한 완화 등이 이번 제도개선에 빠졌다. 적법화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축산업계의 전망도 이 때문이다. 또 가축분뇨법이 20여 개가 넘는 다른 법률과 얽혀 있고, 가축분뇨와 무관한 건축법상의 인허가 여부까지 규제를 받아 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도 못하고 축산 농가들을 범법자로만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축산업계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건폐율의 상향 조정에 반대 입장인 것도 농가들에게는 높은 벽이다. 기존에 있던 축사가 용도지역이 변경되면서 본의 아니게 건폐율을 위반하게 되자 일부를 허물거나 땅을 추가로 매입해 건폐율을 맞춰야 하지만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상수원보호구역과 같은 입지제한구역의 구제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농가가 경북 도내에만 1천473곳에 이른다. 이들 농가 상당수는 양성화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지자체의 접수거부 등으로 간소화 신청을 물론 이행계획서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들은 “입지제한구역 지정 이전부터 가축을 사육해온 만큼 적법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미 적법화를 마친 축산 농가들은 정부의 잇단 유예조치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도 그동안 버티기로 일관해온 특정 축사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률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수천만 원을 들여 적법화를 마친 축산 농장주 A씨는 “이행 기간 적법화를 안 하면 행정 처분을 비롯해 각종 혜택과 지원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해서 무리해서 적법화했다”면서 “적법화를 완료하고 나니 지금 와서 간소화 신청이니 이행 기간이니 계속해서 연장해 주면서 각종 혜택까지 준다면 먼저 한 사람은 손해 보는 마음이 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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