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하토야마 유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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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8.10.11   게재일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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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 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지난 10월 2일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가 부산대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가 밝힌 명예박사 수여의 변은 이러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깊고 식민지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과거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 온 정치 지도자다. 향후 동아시아 번영과 한일 양국의 관계발전에 힘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전통적으로 정치적인 가문의 일원인 그는 2009년 8월 30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진두지휘한다. 자민당이 60년 넘도록 독점해온 권력의 지형도를 일거에 바꾼 인물이 하토야마 유키오다. 한국에서 1998년 정권교체가 일어난 지 11년만에 일본에서도 정권이 바뀐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다이나믹 코레아!’가 선진적인 면도 있다. 2차대전 이후 생겨난 국가들 가운데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번영을 이룬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그의 민주당 정권은 이내 막을 내린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강도 9.0의 동일본 대지진 참사 수습에 실패하면서 정권이 자민당으로 넘어간 때문이다. 그럼에도 총리대신으로 그가 말했던 ‘탈미입아’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868년 명치유신 이래 일본이 금과옥조로 삼았던 ‘탈아입구’를 대체하는 용어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공식화하는 행보는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2015년 8월 12일 하토야마 유키오는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하고, 일제의 식민지배와 독립운동가들의 고문과 살해를 사죄한다. 그가 순국선열추모비에 헌화하고 무릎을 꿇은 채 사과하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것은 1970년 12월 7일 비 내리는 바르샤바의 유태인 위령탑 앞에 무릎 꿇고 나치 독일의 범죄를 사죄하면서 폴란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 빌리 브란트의 행동을 연상케 한다.

하토야마 유키오는 10월 3일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찾아 위령각에 참배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였다. 합천은 원폭피해자가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린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사망한 조선인 피해자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위령각과 복지회관, 자료관이 들어서 있다. 무릎걸음으로 피해자들을 만난 하토야마 유키오는 진정어린 사과로 참석자들의 공감과 용서를 얻어냈다고 한다.

그가 부산대에서 행한 ‘아시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제하의 강연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아시아의 평화를 실현하고, 공동체 건설은 과거의 범죄사실을 적시하고, 피해 당사자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전범국 일본이 원폭피해자를 자처하면서 자국의 전쟁범죄를 끝내 부인하는한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체 구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히틀러의 나치가 자행한 전쟁범죄에 대한 빌리 브란트의 진정한 사죄는 훗날 ‘동방정책’의 뿌리가 되었고, 동서독 재통일의 밑거름이자 ‘유럽연합’ 출범의 신호탄이었다. 평화와 공동체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하토야마 유키오의 조용하되 깊은 울림이 있는 행보에 동의를 표하는 것이다. 아베 내각의 퇴행적인 정치행태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길을 가는 하토야마 유키오.

지난 4월부터 한반도에는 미증유의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분단 70년의 상처와 고통을 뒤로 하고, 문명사적 대전환을 이뤄내려는 열렬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평화’와 ‘공동체’ 명의로 재편되기를 갈망한다. 그런 점에서 하토야마 유키오의 방한과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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