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형 준

달빛에 바쳐진 아이라고

끝없는 들판에서 나는

아버지를 이야기 속에 가둬

내 설화를 창조하였다

호롱불에 위험하게 흔들리던

옴팍집 흙벽에는 석유처럼 가계가

속절없이 타올랐다

지평을 향한 생이 만든

겨울밤의 환각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가슴 아픈 일화가 이 시의 모티브다. 어린 시절 아픈 아이를 들쳐업고 읍내 병원으로 달리다 잠시 아이를 내려놓고 쉬었던 들판, 어린 눈 속으로 가득 들어오던 시린 들판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 아이도 그 때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고 시인이 되었다. 시인은 아버지와 얽힌 설화같은 삶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어려운 앞날을 헤쳐나갈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