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구계·강구·축산·대진항 등
태풍 토사 덮쳐 수심 50㎝ 안 돼
자망어선 등 접안조차 힘든 상황
조업 포기한 채 수십 척 발 묶여
신속한 준설 위해 지원대책 시급

▲ 태풍 콩레이의 물 폭탄을 맞은 영덕군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0일 오전 태풍으로 토사가 쌓인 남정면 구계항의 작업장 접안시설 앞 수심이 성인 무릎 높이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il.com

태풍 콩레이의 여파로 영덕지역 항포구가 마비상태에 놓여 있다. 태풍이 몰고 온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토사가 영덕지역 해안 항포구로 대거 유입되면서 수심이 얕아져 선박 접안 기능을 상실한 때문이다. 선박접안에 불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오징어와 대게 조업철을 맞는 어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10일 영덕군과 수협 등에 따르면 영덕의 1종항(국가관리)인 남정면 구계항과 강구항, 축산항, 대진항 등이 토사 유입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구계항의 경우, 밀려든 토사로 항내 수심이 기존 2.5m에서 50㎝ 미만으로 얕아져 어선들의 접안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관련기사 4면>

구계항 주변 어민들은 “지난 해부터 바닷모래가 들어와 평상시에도 수심이 얕아져 선박들이 입출항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태풍으로 토사가 대거 흘러드는 바람에 수심이 더욱 얕아졌다”고 설명했다.

항구의 구조상 문제와 더불어 인근 산지의 토사가 폭우에 쓸려 내려왔고 인근 구개천 등 하천도 덩달아 범람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 구계항 접안시설에는 폐타이어만 묶여 있고 접안 선박은 없는 텅빈 상태로 남아 있다.

구계항은 정치망, 자망, 통발 등의 어선들이 선적을 두고 입출항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망 어선이 70%를 차지한다. 자망은 그물을 미리 설치하고 수거하는 조업 방식이다. 출어시 그물선적과 수거한 그물의 어획물을 선별하기 위한 접안부두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선의 접안이 불가능해진 구계항 선적의 자망어선들은 사실상 조업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내몰렸다. 구계항에 선적을 두고 있는 어선은 50여척에 이른다.

이루호 선주 서원명(55)씨는 “그물을 수거하고 다시 설치하는 작업을 반복해야하는 특성을 가진 어선들이 많다”며 “접안이 가능한 구간이 대폭 줄어들며 조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이고 출어를 위해 창고에서 그물을 다시 꺼내와야 하지만 접안을 못해 태풍이 지나간지 5일이 지나도록 출어를 못하고 발이 묶여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강구항은 평소 평균 접안 선박만 45대 가량에 달할 정도로 붐볐다. 그러나 현재는 태풍으로 인한 토사유입으로 30척 정도밖에 접안할 수 없을 정도로 항만기능을 잃었고, 수심이 얕아져 조업 활동량도 평상시와 비교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영덕지역 대다수 항포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민 김모(54)씨는 “항구 바깥의 흙과 나무 등 잔류물을 치우는 작업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포구 내의 토사에 대해서는 지원이 전혀 없다”며 “경북도와 영덕군 등 지자체에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하루 빨리 작업에 나서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구계항 등 포구에는 당장 준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구계항은 지난 2015년 준설작업을 시행해 수심이 4m를 유지해 왔지만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인해 항구기능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남병삼(56) 구계항 어촌계장은 “강구시장 등 다른 지역에는 행정력이 동원돼 복구 작업이 한창이지만 포구 지역에는 지원이 미미하다”며 “향후에도 태풍과 장마 피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준설 작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구계항 뿐만 아니라 다른 영덕 소재 항구들도 토사 유출로 인한 유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현장을 확인했다”며 “영덕군에서 항구 등지의 피해금액을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반에 올리고 차후 실사과정을 거칠 것”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준설 작업을 추가할 계획이고 단기적으로 영덕군이 장비를 동원해 응급복구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물량장 부분의 토사에는 우리 청이 관리하는 한국어촌어항협회의 청소어선을 지원해 토사를 제거할 방침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동구·황영우기자

    이동구·황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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