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콩레이로 피해가 집중된 영덕지역 주민들은 복구의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태풍 피해가 이처럼 커진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현지 소식이다. 단순히 폭풍에 따른 피해가 아니고 올해 동해중부선이 신설되면서 만들어진 강구역이 폭우로 발생한 물길을 막아 피해가 더 커졌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수해가 일어났지만 이번처럼 혹독한 피해를 입기는 처음이라 주민들은 “그 원인을 찾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강구시장 전체가 물바다가 된 것에 대해 다수의 주민들은 “강구역이 신설된 뒤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데 공감을 하고 또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태풍 콩레이가 상륙하면서 최대 383.5mm의 폭우가 내렸지만 과거 시간당 69.5mm-54mm가 쏟아져 내린 1982년과 2001년, 2005년 등의 사례에서 보면 이번과 같은 홍수 피해는 없었다는 것에 주목을 하고 있다.

또 강구역 상류 산골에서 흘러 온 물이 7번 국도를 넘어 범람한 것은 어떤 요인보다 강구역과 동해중부선이 둑 역할을 하며 물을 가두었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즉 강구역 상류에서 흘러온 물이 동해중부선을 제방으로 해 물이 저수지처럼 모여 있다가 배출로로 빠져나가야 하나 용량이 넘치면서 7번 국도를 넘어서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많은 비가 와도 철길 둑이 없어 논밭으로 넓게 퍼지면서 3∼4m 높이인 국도를 넘지 않고 개울을 통해 물이 바다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이번에 큰 피해를 본 강구시장 일대는 강구역과는 불과 9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주민들은 짐작한다.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오랜 생활을 해온 그들의 경험에서 느껴지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냥 무시하기에는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측면도 있다. 특히 논을 가로질러 동해중부선 강구역을 만들면서 물 빠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실의에 빠진 주민을 위로하고 또다시 이와 같은 수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동해중부선이 수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정밀 조사하는 것이 옳다. 만약 동해중부선 신설이 홍수 피해를 키웠다면 주민들의 주장대로 이번 재해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로 보고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겠다.

이번 영덕군의 수해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의 재해 대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배수장 펌프 용량만 컸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인데 아쉬운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늘 행정이 뒷북을 치면서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었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이번 수해가 커진 원인을 철저히 점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