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코스모스가 고개를 드는 9월이 오면 한국 교수들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9월 말 시작되는 노벨상 발표 때문이다. “한국 교수들은 뭐하냐?”라는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매년 여러 명의 노벨상이 발표되는데, 지금까지 한국은 단 한 개의 노벨 과학상이 없고, 반면 이웃 일본은 거의 매년 노벨상을 받는다. 금년에도 예외없이 일본은 노벨상을 받았다고 신문이 호외까지 돌리고 난리다. 왜 한국은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 물론 한국의 근대 과학 연구 역사는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보다 짧다. 그러나 그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필자는 출중한 창의력으로 미국의 명문대학 교수가 된 한국인들을 분석해 봤다. 과연 한국인의 창의력이 왜 한국의 입시와 교육제도와 관계가 있는가 생각해 보고 싶다.

미국의 명문대학에 있는 한국인 교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과연 한국에서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하고 소위 한국의 일류대학의 수석합격자가 유학 후 미국의 명문대의 교수가 되는 것일까?

먼저 미국 명문 스탠포드 대학의 황승진 교수를 생각해 보았다. 황 교수는 70년대 초 당시 예비고사 수석합격자도 서울대 수석합격자도 아니다. 지금은 없어진 서울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유학한 대학도 로체스터 대학으로 소위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등 아이비 리그급 대학은 아니었다. 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포드 같은 미국 초일류 대학의 교수로 갔다는 것이 매우 이채롭다. 황 교수는 한국에서 암기위주의 입시에서 최상위권 학생이라기보다는 매우 “창의적”인 학생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미국유학에서 빛을 발했고, 로체스터대학에서 창의적인 탁월한 논문을 쓰게 되었고 인정을 받았다. 그가 주창한 채찍효과(Bullwhip Effect )는 생산재고관리에서 가장 유명한 이론 중의 하나이다.

또하나 예가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 MIT 대학의 김상배 교수이다. 김 교수는 연세대 기계과 출신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연세대를 들어간 건 입결로 들어갔다고 본인도 말했으니 역시 입시 최상위 학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창의력은 스탠포드 박사과정 학생 시 만든 스티키봇(Stickybot)이 타임즈 최대 발명품으로 꼽힐 정도였고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결국 MIT같은 초일류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아마 이 두 분은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녔다면 이러한 창의적인 활동과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간다.

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필자가 미국 대학에서 공부했을 때 미국의 수재들과 한국의 수재들의 차이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일화가 있다.

한국의 수재들은 해법이 없는 문제를 접했을 때 며칠간 끙끙대다 끝내 답을 구하지 못했다. 미국의 수재들에게 해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해법이 없으면 해법을 만들어라” 실제로 그들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해법을 스스로 만드는 창의성을 발휘했고 그들이 새로 제시한 해법은 몇 달 후 논문으로 출판됐다.

아마도 창의력은 90% 정도는 훈련과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창의적인 환경에서의 교육이 이뤄졌다면 국내에서도 여러 명이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초등, 중등교육이 창의적이 되려면 대학입시 자체가 개선되어야 한다. 수시모집으로 보완되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입시중심의 교육이 문제이다. 이 와중에 정시모집을 늘리라는 정부의 주문도 있다.

대학교육도 개선돼야 한다 . 포스텍, 디지스트 등 과기특성화대학 등은 창의적 교육을 위해 나름 헌신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 우리가 갈길은 짧아보이진 않는다.

갈길은 아직 멀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