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영

동해 쪽빛 바다에 봄 파도 밀려올 제 구룡포 바람받이 언덕에 쏴아쏴아 보리 물결 부서지는 것 일품이었다. 물회집 들창 너머로 이 광경을 이윽히 지켜보던 서정주 영감 왈 “내 이담에 필시 이곳에 와서 집짓고 살 것인즉 땅 나면 꼭 알려주소” 하였것다. 몇 달 뒤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땅 나기를 알아본 늙은 문학청년이 선생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구룡포 대보면 언덕에 좋은 땅이 났습니다요 어찌 잡아둘까요?”그러나 스승은 영 딴 전이었다. “아 아 내가 언제 그런 말 한 적이 있었던가 이 사람아, 자네 바닷바람에 마신 소주가 좀 과하셨나보구먼그려!”

이 시를 읽다보면 작고하신 동화작가 손춘익 선생님이 떠오른다. 필자는 이 시의 일화속에 함께 하셨던 선생님께 미당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구룡포에 와서 푸른 보리물결과 호미곶 푸른 물결을 보고 집 짓고 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빠져 한 말이다. 이 재미난 일화를 남기고 선생님도 미당도 저 푸른 물결 너머의 세상으로 떠난 지 오래되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