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 혜

그대 잃을 때 내 안의 시계는 걸음 멈추리

시계를 빠져나간 시간들이 아우성치며 홍수를 타리

어디로 가는가, 물어주는 이 하나 없는 홍암의 파랑 속으로

벌거벗은 맨몸의 시간들이 부들부들 이를 부딪치며 침잠하리

그날, 구름의 흐름은 덧없고

물의 흐름은 숨소리조차 없으리니

나를 빠져나간 그대는 흐름도 정지도 없는 세상에서

비로소 소실된 별

꺼지지 않는 한 줌 노래가 되리

시실리(時失里)가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인지는 모를 일이나 시간이 멈춘 마을을 일컫는다. 인간의 덧없는 시간들이 다 몰려가서 혼암의 파랑 속에 묻힐 때 비로소 깨끗하고 청명한 시간들이 그 빈 곳에 채워져 봄이 오고 진정한 길이 열리고, 꺼지지 않는 한 줌 노래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시간에 얽매여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