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발표한 1446년 이후 572년째 되는 날이다. 한글날은 1970년 법정 공휴일이 되었다가 휴일이 많아 산업 발전에 저해된다는 문제 제기로 1990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한글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과 문화사적 의의는 국민들이 알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2012년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경제적 발전에 못지않게 문명사적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도 반영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의 목적이 백성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자국의 글이 없어 어려운 한자를 사용해야 하는 백성들을 안타깝게 여겨 만들어 낸 것이 한글이다.

세계에서 자국의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30여 개국에 불과하다. 한글은 남북한, 해외동포 등 8천만 명의 사람이 사용하는 세계 13위권의 언어다. 게다가 한글을 배우고 익히려는 사람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강한 민족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언어는 무엇보다 민족의 정체성과 공동체적 결성을 유지케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한 민족이 민족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데 공통의 언어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 중 창제자와 창제 연도가 정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 중 하나다. 제자(制字) 원리의 독창성, 과학성이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된 글자다. 2009년 세계 9번째로 국제공개어로 채택됐다. 한글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우수한 언어인 한글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는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한글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날은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고 온 가족이 한글의 자랑스러움을 함께 느끼고 생각하는 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모바일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국적 불명의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다. 무분별한 줄임말의 등장으로 한글 창제 정신이 훼손되는 일도 잦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한글을 경시하는 풍조도 강해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노력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젊은층 사이에 유행하는 줄임말은 언어 소통의 장애를 넘어 부모 세대와의 단절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을 우리는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 우리의 문서 등에 사용되는 글들이 맞춤법이 틀리거나 잘못된 어법이나 어휘가 그대로 나오는 것도 유감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어야 함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한글이 민족의 고유 언어란 사실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언어를 보전하는 정신에 모두가 공동의 뜻을 모아야 한다. 한글창제 정신과 한글을 보전하는 일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