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내년 1월 13일까지
스틸아트 기획전 등
2개 기획전시회 열어

▲ 이한구 作 ‘숨쉬는 바다’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올해 하반기 기획전시 ‘보이는, 그 너머에 보이는’전과 ‘도시, 비움의 시작’전을 내년 1월 13일까지 열고 있다.

미술관 1, 3, 4 전시실에 마련된 ‘보이는, 그 너머에 보이는’전시는 스틸아트 기획전시로 스틸아트 뮤지엄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2전시실과 2층 상설전시실에 마련된 ‘도시, 비움의 시작’전은 근·현대 도시의 발달이 야기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돌아보고 비움의 가치를 환기시키는 작품들을 제시한다.

△스틸아트 기획전 ‘보이는, 그 너머에 보이는’전

스틸아트 기획전 ‘보이는, 그 너머에 보이는’전시는 미술가들이 철이라는 재료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 계기들을 미술사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칼 안드레와 댄 플래빈을 비롯해 국내외 최고의 거장 11명의 평면, 설치, 조각 등 대표작 33점이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작가로 세계 미술사에서 굵직한 획을 긋고 있는 이우환의 신작 ‘관계항’이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철강도시 포항을 대표하는 포스코가 이우환의 신작을 위해 두 장의 철판을 특별 생산해 기증함으로써 탄생한 이 작품에는 문화 예술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포스코의 기업정신이 반영돼 있다. 한 장의 철판은 폭이 4.5m, 높이가 3.5m로 무게가 15t에 달하는 이우환 작가의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작품이다. 감상자들은 산업적으로 생산된 철이 문화 예술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우리와 공존해 왔으며 미술가들은 어떠한 미학적 가치를 철이라는 재료에 투영해 왔는지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출품작가 명단. 칼 안드레, 댄 플레빈, 리처드 롱, 야니스 쿠넬리스, 이우환, 이승택, 최인수, 심문섭, 김희성, 원인종, 박종규.

△‘도시, 비움의 시작’전

‘도시, 비움의 시작’전시는 도시의 외양과 그 이면을 탐색하면서 근·현대 도시의 산업화·정보화가 양산한 사회적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돌아본다. 전시는 도시 성장과 경제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가 추구해 온 생산성과 속도, ‘부지런함’이 반드시 가치 있는 것인지를 반문하고 무위(無爲)와 ‘게으름’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또한 물질과 정보, 욕망으로 채워진 도시에 ‘비움’의 가치를 환기시킴으로써, 우리가 몸담고 있는 도시가 좀 더 평화로운 삶의 지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참여작가는 김훈, 김홍식, 박경근, 박진영, 오원배, 이한구, 허병찬 등 모두 7명이며, 전시 작품은 회화, 평면, 사진, 영상, 설치 등 총 40여 점이다.

이번 전시 기획의 발단은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5.4강도의 포항 지진이다. 포항 지진은 도시에서 발생한 지진이 단순한 자연재해 그 자체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복합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시각을 통해 도시에서 일어나는 재해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차원의 메시지를 또한 담고 있다.

사진작가 박진영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방출된 후쿠시마현의 원자력방사선 오염물이 지구상의 도시로 흘러들어가는 현상을 작품에 담아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방사선 오염은 결국 탈핵, 인류의 생존과 안녕의 문제 등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 최고상(NETPAC Award)을 수상하고 뉴욕현대미술관(모마MoMA)에서 전시하는 등 영화계와 미술계에서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작가 박경근은 포스코의 제철의 역사를 담은 3채널 13분 영상작품을 통해 근·현대 도시의 발전사와 근로자의 노동사를 재조명한다.

포항 사진작가 김훈과 이한구 역시 도시의 문제들을 각각 독특한 재현의 방식으로 묘사한 작품을 소개한다.

김홍식, 오원배, 허병찬 작가도 포항의 포스코를 배경으로 한 도시 풍경을 비롯해 다른 도시와 도시민들의 삶을 담아냄으로써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보와 실행의 가치에 대한 많은 반성적 사색을 끌어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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