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한동대 교수
▲ 장규열 한동대 교수

사회가 건강하면 모든 것이 상식에 맞고 논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반대로 사회에 병이 들면 많은 것들에 비상식이 똬리를 틀고 논리에 일탈이 생긴다. 존속살인, 학교폭력, 부부강간. 효와 예가 바로 선 집안에 어떻게 부모를 해하는 일이 가능하며, 배움의 즐거움이 가득한 학교에 어떻게 폭력이 발생하며, 사랑이 가득할 부부 사이에 강간이 말이 되는가.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이 같은 비상식과 탈논리가 여럿 목격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이 되어 좋아졌다 했더니, 오히려 더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정상이 생겨나고 있다. ‘가짜뉴스.’

언론이 무엇인가. 정부는 입법, 행정, 사법의 3부로 구성되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다. 민주사회의 이런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사람들이 ‘제4의 권력’으로 만들어 온 것이 ‘언론’이 아닌가. 언론을 통하여 보통 사람들이 정보를 제공받아 힘있는 이들을 견제하여, 그 결과로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언론에 거는 시민의 기대가 그렇다면, 언론이 전하는 내용은 당연히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짜뉴스’는 본질적으로 뉴스가 아니다. 언론이 아닌 것이다.

수년 전부터 해외로부터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전해지더니 급기야 우리 사회에도 문제가 되었다. 최근, 가짜뉴스를 지적하며 각성을 촉구하는 보도가 있자 이에 대하여 반박하며 그렇게 알린 보도내용이 오히려 가짜라고 주장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누가 ‘진짜로 가짜냐’는 논란이 생긴 것이다. 국무총리가 ‘신문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우려를 담아 언급한 대로, 뉴스 전체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그는 가짜뉴스를 공동체 파괴범이자 민주주의 교란범으로 지목하였다. 민주주의를 언론으로 바로 세우고자 하였더니, 그 뉴스가 가짜를 전하고 있다면 과연 민주질서는 어지러워질 수밖에. 이를 어찌할 것인가. 우리 언론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독자는 또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할 것인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OECD는 전세계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함에 있어, 수학, 과학, 읽기 능력에 더하여 이제는 ‘글로벌역량’을 측정하면서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능력을 함께 평가하기로 하였다. 즉, 보통 시민들이 언론 보도에 관하여 이전보다 깨어있어야 하며 그 내용의 진위에 대하여 가늠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 가짜뉴스 현상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글로벌한 과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유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으므로, 이제는 보통 사람들이 이런 위험을 직시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시민도 언론도 슬프지만 지혜로와야 한다.

독자는 기사 내용에서 인용한 출처가 분명한 지를 먼저 확인하여야 하며, 가능하면 같은 사안에 대하여 복수의 기사를 대조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의도적이며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번져가지 않게 하려면, 독자가 먼저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발휘하여야 한다. 정부와 힘있는 자들을 견제하라고 언론을 만들었더니, 이제는 시민들이 언론을 견제해야 하는 것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은 어느 곳보다 언론 사회에 더욱 클 것이다. 언론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보다 면밀히 살피면서, 초심과 본연으로 돌아가 진실만을 보도하고 가짜를 경계하는 언론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책임을 통감하고 언론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가짜와 일탈을 제어하여야 한다.

가짜뉴스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상식의 문제이며 민주의식의 과제이다. 언론이 진실을 전하지 못하면 이미 언론이 아니다. 시민도 언론도 정부도 함께 경계심을 발휘하여야 한다.

언론은 진실만을 말하여야 한다.

언론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