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감당할 수 없이 치솟는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재료로 정성을 가득 담아 음식하는 ○○식당이 되겠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10월 1일부터!” (※ 참고로 이 가게는 서민 밥상 가게로 순부두, 된장찌개 등을 파는 가게이며, 음식 값은 인상 전에는 7천원이었는데, 인상 후에는 8천원이 될 예정임!)

명절 연휴 끝 무렵 들른 어느 식당 메뉴판에 붙은 안내문이다. 식당 사장님의 고뇌가 너무 절절히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평소 가게 음식을 보고 오히려 손님들이 가격을 인상하라고 부탁할 정도의 가게였지만, 사장님은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고 힘내서 더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끝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가게였다. 그래서 1천원을 올려야만 하는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 아렸다.

사장님은 계산대 앞에 직접 계셨다. 그리고 계산하는 손님들에게 “물가가 정말 무섭습니다. 저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온 가족이 일을 하고 있고, 또 웬만한 식자재는 집에서 만든 재료들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어쩔 수 없어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가격인상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였다. 손님들은 진심으로 괜찮다며 그동안 자신들을 생각해준 사장님의 마음을 알기에 오히려 더 미안하다고 했다. 물론 필자도 사장님에게 가격 인상 이유를 들었으며, 그리고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염치불구하고 그동안 너무 저렴한 가격으로 먹어 죄송하다고, 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사장님은 문 밖까지 배웅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하소연과 함께 거듭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

과연 청와대와 정부는 이런 서민 사회의 모습을 알기나 할까? 답은 뻔하다, 청와대고 정부고 모든 정신이 북쪽에 쏠려있어 자영업자는 물론 이 나라 서민들의 눈물을 보지 못함이 분명하다. 한쪽 귀는 북쪽, 또 한쪽 귀는 미국에 빼앗겨 버린 그들에게 국민의 신음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다. 그러니 그들은 곧 나아질 것이니 잔말 말고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말 이들이 양치기, 그것도 아주 악질적인 양치기와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국민들이 염증을 느낄 정도로 지긋지긋해진 적폐 청산, 사법 농단과 같은 과거 파헤치기식의 관심 분산용 수사는 제발 그만두고 오로지 국민 행복과 나라 발전을 위해 힘써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또 모순과 아이러니의 땅인 북쪽에는 그만큼 간절하게 손을 내밀면서 왜 우리 남쪽 사람들에게는 화해와 용서의 손을 못 내미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그 의아함이 계속될수록 이 나라는 불신 공화국이 되고, 불신의 끝은 공도동망(共倒同亡)이라는 것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권력의 덫은 이 나라 정치인들의 판단력을 완전히 흐려 놓았다.

그 흐려진 판단력 때문에 오늘도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서민들은 살기 위한 또 다른 “안내문”을 만들고 있다. 그 안내문이 대자보(大字報)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비록 자영업자가 붙인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님 제발 반성하세요!”라는 대자보가 서울 모대학교에 붙은 것을 보면 자영업자의 삶이 걸린 대자보도 거리거리에 붙을 날도 멀지 않았다. 그 순간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정부의 끝판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필자도 이참에 안내문을 붙이고 싶다. “두발 완전 자유화, 교복 완전 자유화만이 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더 이상 이야기가 죽은 학교에 이상한 괴담을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 괴담에 학교의 혼돈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그 시간에 우리 학생들이 더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이야기꺼리를 더 만들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