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총 115곳 지정·운영
김천 등 5개 시·군엔 ‘전무’
2008년부터 운영돼왔지만
대다수가 존재 사실 몰라
표지판 제대로 보이지 않고
방지턱 없는 곳도 ‘수두룩’

▲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숫자가 늘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운영·관리가 허술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북은 고령인구 비율이 전국 두 번째(2017년 기준 19%)로 높아 노인보호구역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지만, 지정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1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북지역 내 노인보호구역은 총 115곳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00곳이 채 안 되는 90곳이었으나, 올해 들어 27.8%(25곳)이 늘어나면서 세 자리 수를 겨우 넘겼다. 특히 김천과 예천, 청송, 영양, 울릉 등 5개 시·군은 아직 단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천204곳이 지정·운영되고 있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지역의 한 교통경찰관은 “노인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인보호구역 설치도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어린이보호구역은 국비로 50%가 보전되는 반면, 노인보호구역은 모든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도 인프라구축이 늦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인(만 65세 이상)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고자 2006년 법제화된 노인보호구역은 어린이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운행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된다. 차량 주·정차가 금지되며, 건널목 보행 시간도 늦출 수 있다. 또 일반 도로에 비해 범칙금과 벌점을 2배로 부과하며 단속은 휴일과 공휴일 관계없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적용된다. 노인보호구역은 다소 순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중요한 안전장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포항시민 김모(35·남구 이동)씨는 “10년 넘게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실버존은 처음 들어봤다”면서 “내비게이션 알림도 들어본 적이 없다.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리도 허술하다. 실제 노인의 날(10월 2일)을 하루 앞둔 1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노인보호구역을 확인한 결과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아 구간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또다른 구역은 방지턱이 없어 대다수 차량이 무서운 속도로 구간을 통과했다. 노인보호구역 갓길에 버젓이 주차된 차량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노인교통안전 인프라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호구역은 설치만으로도 큰 안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이 노인인만큼, 실버존 설치를 확대해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고령화속도는 2005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보다 빠르다. 2000년 고령화사회로 들어선 지 17년만에 고령사회(노인 비율 14%)로 진입, 197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데 이어 24년만인 1994년 고령사회가 된 일본보다 7년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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