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제는 증시에 상장된 주식이 매매대상으로서 자격을 상실해 상장이 취소되는 것을 말한다. 감사의견 비적정 결정으로 매년 상장폐지 대상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코스닥 12개사에 대한 결정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요지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려 논란이 일고 있다.

청원자는 게시판에 ‘저를 포함한 20만 주식 개미투자자들을 살려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통해 현 상장폐지제도의 문제점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회계감사인의 의견거절·감사범위 제한 등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됐던 코스닥 15개 법인 가운데 12곳이 ‘조건부 상장폐지’결정을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원자는 상장폐지결정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회계법인의 졸속 처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장폐지제도는 의견거절을 준 회계법인이 다시 재감사를 진행하고 그 재감사에서 다시 의견거절이 나오면 그 즉시 상장폐지가 된다. 법원 판결도 3심제가 적용되는데, 한 회사당 수 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피해 금액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결정을 똑같은 회계사 몇명이 계속 심사하도록 돼 있는 것은 제도적으로 잘못됐고, 회계법인의 횡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의견거절을 준 회계법인이 재심사를 할 경우 자기 스스로 이전의 자기 결정을 뒤집어야 하는 모순이 존재하기에 재감사 때는 회계법인을 바꿀 권리를 주거나 복수의 회계법인한테 감사를 받도록 한 후 그 의견을 종합해서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었다. 또 해당 회사에게 소명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회계법인의)의견거절이 내려지면, 곧바로 상폐절차에 돌입하는 것도 문제다. 해당 회사가 가처분 신청을 해도 법원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상장회사의 정리매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의 갑질을 근절하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나라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상장폐지 제도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