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윤 래

하루치만큼 몫이 담긴 망태를 들고

이슥한 밤

동빈큰다리를 건넙니다

동빈내항 모퉁이 조선소를 끼고 돌면

모래땅에서 흙 한 짐씩 딛고 치솟은 소나무들

투박한 껍질 단단히 여미고

속살은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습니다

모래섬지기 어부보안림

드센 바람의 머리카락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방풍림

자기 할 일 분주할 때에도

내가 찾으면 선뜻 내어주는

아늑한 품

물 건너 죽도시장 어판장에서 딸랑딸랑

새벽 경매 종소리 들려오면

세상살이 지친 몸 다시 힘내라며

피톤치드 듬뿍 담긴 손내음을 뿜어냅니다

비가 오면 나는 송도에 갑니다

솔숲에 가서

솔잎에 꿰어진 빗방울과 종일 놉니다

세차게 불어오는 해풍에도 늘 청청한 푸르름을 잃지 않는 포항 송도의 송림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깊다. 드센 세상의 풍파가 우리의 삶을 휘몰아치더라도 송도의 소나무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고, 쓰러지지않고 강단지고 꿋꿋이 견디며 맞서고 이겨 나가리라는 시인의 결의를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