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어느 날 친구끼리 미사를 드리러 가는 중이었다.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자네는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나?”친구가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신부님께 한 번 여쭤보는 게 어떻겠나?”신부님에게 다가가 물었다. “신부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신부는 정색을 하면서 대답했다.“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절대 그럴 순 없지요.” 친구로부터 신부님의 답을 들은 다른 친구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가서 다시 여쭤 보겠네” 이번에는 다른 친구가 신부에게 물었다. “신부님, 담배 피우는 중에는 기도를 하면 안 되나요?” 신부는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도는 때와 장소가 필요 없다네.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네” 동일한 현상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프레임(frame)의 법칙’을 설명하는 일화다. 프레임이란 ‘창틀’이란 의미지만, 여기서는 관점이나 생각의 틀을 말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여대생이 밤에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하지만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낮에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면 어떤가.

추석연휴 동안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를 되짚어보는 TV프로그램을 보노라니 ‘프레임의 법칙’이 재연되고 있었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측에서는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있었던 갖가지 파격과 최초의 사건들이 한민족의 통일이 다가오는 듯한 감동으로 다가왔다며 야단법석이었다. 실제로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 부부를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경호원도 없이 직접 평양 순안공항까지 나와서 포옹과 안부인사로 반갑게 맞이한 것이나, 평양도심으로 향하는 연도에 꽃을 든 평양시민들이 나와서 열렬한 환영을 해 준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환영하는 평양시민들과 접촉도 할 수 없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시민들과 악수를 할 수 있게 허용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남북지도자의 영부인들이 두 정상의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만드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김정숙 여사를 평양 아동병원으로 안내하면서 “북한의 보건·의료분야가 매우 부족하다. 많이 관심가져 달라”고 했고, 행사장 이동 때나 백두산 천지연못을 내려갈 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이동해 자매간 또는 모녀간 같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김정숙 여사가 백두산 천지의 물을 담을 때 리 여사가 옷이 젖지 않도록 옷자락을 잡아주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측 인사는 추석 밥상에 평양남북정상회담이란 대형이슈가 올려진 게 못마땅한 듯 직접평가는 자제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환영하는 인파들의 복장이 모두 한복일색이어서 아직도 북한이 사람을 동원하는 독재국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남북군사부문 합의의 급진성에 대한 비판에 집중했다. 군사부문 합의가 너무 급진적이어서 위태롭고, 특히 육해공 적대행위 금지는 향후 우리의 안보태세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경고였다.

어찌됐든 많은 국민들은 평양남북정상회담 기간동안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평양시민들에게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라고 한 연설을 감동스럽게 기억한다. 그런 측면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부정적 프레임에 빠져 험담만 할 게 아니다. 오히려 정부여당이 낙관적 전망으로 안보위기를 자초할 수 있는 부분들을 꼼꼼이 채워주는 역할을 자임해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성숙한 야당이 맡아야 할 역할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