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한경북부
▲ 김두한경북부

산림청이 울릉도 너도밤나무를 벌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울릉도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울릉도에서만 유일하게 자생하는 희귀종 울릉도 너도밤나무는 울릉도 주민들도 매우 아끼는 귀한 나무다. 이번에 산림청이 벌목한 이유를 들어보면 황당하다. 산림청은 남북한 산림협력 사업으로 울릉도 너도밤나무 씨앗을 채취해 북한에 보내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단순히 씨앗을 채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나무까지 벌목할 이유가 있었나 싶다.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너도밤나무가 서식지가 다른 북한에서 자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산림전문가들은 너도밤나무는 울릉도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서식환경이 달라 자생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거 포항지역 화석에 너도밤나무 잎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지금은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번에 산림청의 행위를 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최고의 산림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런데 너도밤나무 씨앗을 채취하기 위해 벌목을 했다는 것이다. 너도밤나무는 가을이 되면 밤송이를 닮은 작은 열매가 열리고 익으면 껍질이 네 갈래로 갈라지며 잣처럼 생긴 씨를 드러낸다. 씨앗을 채취하려면 나무를 흔들거나, 가만히 두면 자연적으로 떨어지는데 왜 벌목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시기에 맞춰 씨를 빨리 확보해 북한에 보내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멀쩡한 나무를 마구 베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울릉도에서는 너도밤나무를 벌목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섬지방인 울릉도에 물을 공급하고 산사태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림전문가들은 “너도밤나무는 참나무과로 물을 많이 흡수하고 있고 잎이 떨어지면 토양속에 물을 저장하고 뿌리 쪽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일본에도 울릉도 너도밤나무와 비슷한 너도밤나무가 있다. 일본 이즈(伊豆)시 관광정보에는 ‘보수력이 있는 너도밤나무’로 소개되고 있다. 일본에서 너도밤나무의 숲은 ‘초록의 댐’이라 표현될 만큼 보수력이 좋아 수령 100년의 너도밤나무 1개가 함유하고 있는 물의 양이 대략 8t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너도밤나무의 숲은 낙엽이 긴 세월 동안 부엽토가 돼 스펀지처럼 빗물을 천천히 지면으로 스며들게 해 폭우에도 산사태나 토사 붕괴 등을 막아 준다는 것이다. 또 천천히 스며든 물은 풍부한 지하수가 된다고 기록돼 있다. 울릉도에 물이 풍부한 것도 너도밤나무 등의 작용 때문이라는 게 산림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울릉도주민들이 아끼는 너도밤나무를 산림청이 무분별하게 벌목한 이유가 뭔가. 산림청은 울릉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련자를 산림법대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울릉/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