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당’ 박희곤 감독
“가족간 세대별 관객들에
대화의 공간 마련됐으면”

▲ 박희곤 감독.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땅은 매개체일 뿐, 결국 사람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지요.”

지난 19일 개봉한 ‘명당’의 박희곤(49) 감독이 밝힌 연출 의도다. 이 작품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영화다.

‘관상’(2013), ‘궁합’(2015)에 이어 풍수지리 등을 소재로 한 ‘역학 3부작’ 마지막 편이다. ‘인사동 스캔들’(2009), ‘퍼펙트게임’(2011)에 이어 7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박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감독과의 일문일답.

- 어떤 땅이 명당인가.

△명당은 결국 사람이 머물고 추억이 남고, 그런 것이 다 어우러져야 명당이다. 대부분 서민은 나와 가족이 살 수 있는 삶의 울타리로 집이나 터를 마련한다. 이 작품은 그런 필요한 만큼의 행복을 넘어서 남의 것을 빼앗고, 그 빼앗은 것을 토대로 더 많은 권력을 누리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지나친 욕망끼리의 대결이다. 영화 속 주요 인물 중 박재상만이 땅을 삶을 위한 본질로 생각하고, 나머지는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려는 도구로 여긴다. 그런 욕망의 끝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 조승우, 지성을 캐스팅한 이유는.

△영화 속 8명 인물이 모두 돋보이면서 균형 있게 나오려면 박재상이라는 인물이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잡으면서 극을 이끌 수 있는 배우로 조승우가 떠올랐다. 조승우 역시 자신이 화려하게 부각되거나 승부를 결정짓는 그런 역할이 아님에도,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출연했다고 하더라. 본심을 감췄다가 나중에 드러내는 흥선역의 지성은 4~5년 전 한 화보에서 본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캐스팅했다. 화보 속 모습은 굉장히 날카롭고 나쁜 남자 이미지로, 기존에 본 이미지와는 달랐다.

- 박재상은 후반으로 갈수록 관찰자 입장으로 바뀐다.

△후반 하이라이트는 권문세가 김병기(김성균)와 또 다른 나쁜 사람이 돼 버린흥선 간 대결이다. 권선징악의 결말을 가급적 경계하고, 욕망을 가진 사람이 서로 해치고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박재상은 관객 입장에서 이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 ‘사도’ ‘광해’ ‘왕의 남자’ 등 기존 사극과 차별점은.

△제작사에서 8~9년 기획 기간을 거쳤다. 그때 나온 시나리오를 제가 1년 반에 걸쳐 각색했다. 결국, 사람이 주인공이고, 땅은 매개체여서 캐릭터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타인으로 인해 캐릭터가 강화된다.

이미 기존에 뛰어난 사극이 있어서 부담됐던 게 사실이다. 사극은 장소도, 옷도 비슷하므로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서 차별화해보자고 생각했다. 드론을 이용해 항공촬영을 하거나 사극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측광을 이용한 점 등도 그런 노력 일환이다.

- 문화재인 전남 구례의 화엄사(영화에서는 ‘가야사’) 내 촬영 허가는 어떻게 받았나.

△화엄사에 있는 각황전이라는 곳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국보인데도 단청이없고 치장이 전혀 없다. 이렇게 웅장한 건물에 치장이 없다는 것이 역설적이었고, 마치 극 중 박재상과 흥선이 섞여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화엄사 측에 시나리오를 보내고 설명을 해 드렸다. 당연히 안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촬영 허가를 내주셨다. 이후 문화재청 등의 허가도 받았다. 만일 사태를 대비해 소방시설을 확보하는등 조심스럽게 촬영했다.

- 영화 속에는 생각보다 명당의 모습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도 초반에는 강압적으로 그런 장소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그런 장소들은 캐릭터와 상관없이 그냥 예쁘기만 하더라.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이 사는 곳 자체가 그 캐릭터와 가장 맞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가 가진 특성을 반영, 공간을 통해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다.

- 평소 풍수지리에 관심이 있었나. 또 영화 관전 포인트는.

△저는 제 이름으로 된 땅 한 평도, 집 한 채도 없다. 추석 연휴 때 가족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대별로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다를 것 같지만, 대화꺼리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이 저랬구나, 우리는 다르게 살고 있구나, 그런 재미를 찾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