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제아무리 가야 할 길이라고 해도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지도자들이 서둘러 ‘종전선언’을 해버린 상황은 모험 중에도 모험이다. 당장 정치권이 시끄럽다. 집권 민주당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 반면 보수야권은 ‘국방 해체’ 수준이라면서 반발했다. 돌발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 첨단화 등 정밀한 국방안보역량 증대가 화급해졌다.

여야는 이날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고한 상호의지를 확인한 것에 더 나아가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평양공동선언은 4월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이 담겼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핵은 그대로 놔두고 군사적 부분은 무력화했다”며 “과연 정부가 이렇게 해도 되는지 심각한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북한은 핵을 꼭꼭 숨겨놓고 있는데 우리는 모든 전력의 무장해제를 해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개탄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비핵화를 위한 철저한 실무협상이 돼야 할 남북정상회담이 요란한 행사밖에 보이지 않는 잔치로 변질됐다”고 폄하했다.

회담을 하기 전 국내외에서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이 회담의 핵심은 ‘비핵화’라는 점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핵물질·핵탄두·핵시설 리스트 신고는 일언반구도 없이 용도를 다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로 비핵화 시늉만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는데 그쳤다. 시간을 끌며 악착같이 유리한 국면을 창출해내는 저들의 살라미 전술에 완전히 걸려들었다는 비관마저 나돈다.

문 대통령은 결국 비핵화보다는 군사적 긴장완화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한 듯하다. 접경지역에서의 군사 활동을 일부 축소한 것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금지구역 확대 설정 등 일부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긴장을 줄이는 수준이 아닌 불가역적인 ‘남한의 무장해제’를 합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경협문제를 논의한 것을 놓고도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어쨌든 겨레의 운명을 건 일대 모험은 시작됐다. 이제 남은 것은 급변한 안보지형에 맞추어 상황이 뒤집힐 경우를 완벽하게 대비하는 일이다. 한 번 기회를 잃으면 다 잃는 것이 국가안보 전선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완벽한 새로운 국방설계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