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 똘똘 뭉친 철강맨
포항제철소 장정민 대리

▲ 철강맨 장정민씨가 포항제철소 2제선공장 고로 앞에서 땀에 뒤범벅이 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못한다. /포항제철소 제공

“추석이나 설날 친척과 가족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없다보니 뭔가 허전하고 쓸쓸할 때가 많지만 이젠 만성이 돼 견딜만 합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선부 2제선공장에 근무하는 ‘철강맨’ 장정민(36) 대리의 말에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있었다. 그는 이번 추석에도 가족과 함께 고향(부산)을 찾지 못한다. 제철소 작업 특성상 교대근무조에 걸리면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다음 교대근무자가 올 때까지 고로를 지켜야 한다.

지난 2010년 8월 포스코에 입사한 그는 ‘제철소의 꽃’으로 불리는 제선부에 배치받아 현재까지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출선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어쩌면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안전모를 쓴 그의 얼굴에는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 돼 있다. 지금이야 교대근무에 어느 정도 적응이 돼 견딜 수 있지만 처음에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11년 입사 후 일년만에 처음 맞는 추석명절에 고향을 찾지 못해 고로 옆에서 펑펑 울기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더욱이 설이나 추석에는 평소에 느끼지 못하던 ‘명절 증후군’이 엄습해 온다는 것. 이 때는 고로 옆 작업 현장에 상주 근무자까지 없어 썰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명절에는 평소보다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명절같은 연휴 기간에 자칫 작업현장에서 트러블로 돌발상황이라도 발생할 경우 쉬고 있는 직원들이 긴급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명절에 기억할만한 돌발상황이 아직까지 발생한 적이 없는 것같다고 했다. 이번에 나만 고향을 못가는 게 아니라 아내와 두 자녀도 포항을 떠나지 못한다. 퇴근 후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는 게 추석의 기억이다. 부모님과 친척들은 별도로 시간을 내서 찾기로 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용광로를 지키는 철강맨들은 오로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사명감 하나로 똘똘 뭉쳐 있다. 장 대리는 “모든 일은 마음먹기 달렸다. 무슨일이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족과 동료를 생각하며 즐겁게 일한다. 내가 일할 시간에 가족과 다른 동료가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작업특성상 항상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추석연휴 동안 포항제철소 내 교대근무조에 속한 3천600여명(포항제철소 1천700명, 계열·협력사 1천900명)의 직원들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장씨처럼 현장에서 일해야 한다. /김명득기자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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