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재발견

▲ ‘경관디자인사업’으로 말끔하게 정비된 영덕군 남정면 부흥리 마을.  /영덕군 제공
▲ ‘경관디자인사업’으로 말끔하게 정비된 영덕군 남정면 부흥리 마을. /영덕군 제공

영덕은 거듭해 방문할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곳이다.

푸르게 빛나는 보석 사파이어 수만 개를 뿌려놓은 듯 청아하게 출렁이는 바다, 짙은 녹음과 붉은 단풍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산, 거기에 대게와 송이버섯, 시원한 물회와 따끈한 매운탕 등 맛깔스런 음식이 관광객을 반겨준다.

바다와 산이 근사하게 조화를 이룬 영덕의 풍광은 유럽의 유명 관광지 어느 곳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Amalfi)와 포지타노(Positano)는 기암절벽 아래 펼쳐진 바다 색깔이 곱기로 이름난 도시다. 영덕의 바다 빛깔? 그곳에 못지않다. 호주 브리즈번(Brisbane) 근교 글래스하우스 마운틴 숲은 위로와 치유의 장소다. 영덕의 산?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 위트 넘치는 벽화가 영덕 부흥리를 특색 있는 마을로 만들고 있다
▲ 위트 넘치는 벽화가 영덕 부흥리를 특색 있는 마을로 만들고 있다

취재를 위해 해마다 1~2차례 영덕을 찾았다. 바다를 산책하며 혹은, 산을 오를 때마다 든 생각은 “이곳 풍경은 크로아티아의 흐바르(Hvar) 섬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인기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 여행지로 소개된 이후 많은 한국인들이 찾고 있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나 스플리트(Split) 만큼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흐바르 섬의 바다와 산은 사람들의 입을 절로 벌어지게 한다.

몇 해 전. 흐바르 섬에서 사흘을 묵었다. ‘매혹’이라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그곳에서의 추억이 앞으로도 한참을 잊히지 않을 듯하다. 몽환적인 보랏빛 라벤더가 무더기로 꽃을 피운 흐바르 섬 해변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바로 영덕의 바닷가와 산책길. 이런 축복받은 자연환경에 사람들의 열정적인 노력이 더해진다면 영덕은 분명 크로아티아나 이탈리아 바닷가마을이 부럽지 않은 ‘관광 명소’가 되지 않을까? 그러니, 영덕군이 자신들의 ‘마을’과 ‘길’에 즐거움과 매력이라는 ‘관광 요소’를 결합시키기 위해 환경조성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위트 넘치는 벽화가 영덕 부흥리를 특색 있는 마을로 만들고 있다.
▲ 위트 넘치는 벽화가 영덕 부흥리를 특색 있는 마을로 만들고 있다.

◇ 부흥리, ‘영덕의 랜드마크’가 된다

남정면 부흥리는 영덕으로 진입하는 관문에 위치한 고즈넉한 마을이다. 조그맣고 소박했던 이 마을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작년 초 시작돼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인 ‘부흥리 마을 토탈 경관디자인사업’이 성과를 하나 둘 드러내고 있는 것.

“부흥리를 영덕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동시에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마을로 연출함으로써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영덕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겠다”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부흥리 마을 토탈 경관디자인사업’.

이 사업은 지하도와 건물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하는 유해환경 개선사업, 광장을 만들고 각종 부조로 마을을 꾸미는 경관디자인 조성사업, 해변 도로에 설치된 음식점 등의 간판을 깔끔하게 정비하는 옥외간판 시범거리 조성사업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덕군청에 따르면 “벽화거리는 이미 조성됐고, 바람개비와 거북이, 코스모스와 낚시꾼들을 흥미롭게 형상화한 조형물 설치도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물론 밤거리를 밝힐 조명과 가로등도 깔끔하게 거리에 들어섰다.
 

▲ 부흥리 해변에 설치된 물고기 조형물
▲ 부흥리 해변에 설치된 물고기 조형물

부흥리 주민들은 맑고 깨끗한 바다가 지척인 ‘풍광 수려한 곳’에 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각종 시설물과 건물 등이 노화된 상태라 “동네를 시대에 맞게 개발해야 된다”는 요구가 없지 않았다. 이번 사업을 통해 마을이 환하게 정비된 것을 본 주민들은 “이제 관광객이 찾아오면 웃으며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앞으로는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과 벽화의 세부적인 요소들을 적절한 위치에 조정해 영덕을 찾는 이들이 동해대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흥리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할 동선 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게 군청 관계자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지역민의 정서와 자연환경을 접목한 공공디자인의 개발은 시골 마을을 ‘지속성장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는 방법 중 하나다. 이를 위한 주민과의 소통과 합리적인 의견 교환은 필수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영덕의 관광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테고, 부흥리를 포함한 영덕군 마을들은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고 싶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 영덕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고래불해수욕장도 경관 조성을 마쳤다.
▲ 영덕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고래불해수욕장도 경관 조성을 마쳤다.

◇ 블루로드와 함께 ‘오십천 제방 탐방로’도

시원스럽게 흐르는 실개천과 깨끗한 시가지가 자리한 영덕읍 덕곡천 친수공간도 이제 그 모습을 군민과 방문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대게의 주산지인 강구항과 영덕 시가지를 잇는 ‘오십천 제방 탐방로 조성사업’도 순조롭다.

오십천 제방 탐방로는 바다와 산을 함께 품은 블루로드와 함께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길’로 평가되고 있다. 올 봄에는 덕곡천 보행로와 교량의 통행이 시작됐다. 영덕시장 앞 야성교에서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덕곡교까지 880m에 이르는 구간. 여기엔 차도와 보행로를 분리해 통행하는 이들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향후 덕곡천에 분수대와 공연장 등을 설치하고, 월드컵교와 덕곡교 구간엔 다양한 꽃도 심을 예정”이라고 영덕군청은 말한다. 또 “지속적인 물 공급으로 덕곡천이 마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덕곡천은 영덕 중심에 위치했다. 여기에 정비된 친수공간이 생긴다면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덕곡천 친수공간은 다양한 문화공연과 지역 행사를 진행하는 곳으로도 역할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직원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보다 높은 차원의 기대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자연과 잘 어우러진 관광도시 영덕’의 이미지 확산에도 도움을 줄 듯하다.

덕곡천 친수공간·오십천 제방 탐방로 조성은 영덕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3대 문화권 동해안 연안녹색길 사업’의 결과물이다. 사업비 88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시작됐고 올 연말 마무리될 계획이다. 오십천 제방 탐방로 조성을 위한 포장공사는 이미 마무리됐다. 영덕대교부터 강구 신대교까지 약 7km 구간이다. “이제 조경수를 심고 영덕의 특산물인 대게, 송이, 황금은어, 복숭아를 테마로 한 다양한 쉼터도 만들 예정”이라고 군청 문화관광과는 말한다.

주민들은 “영덕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오십천을 따라 형성된 탐방로는 강구항과 전통시장, 시가지를 잇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영덕을 사계절 찾고 싶은 도시, 바다와 산, 맑은 하천과 낭만적인 마을 풍경이 어우러진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군청과 군민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새롭게 불을 밝히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는 영덕 해맞이공원 ‘빛의 거리’.
▲ 새롭게 불을 밝히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는 영덕 해맞이공원 ‘빛의 거리’.

형형색색 반짝이는 길… 동화같은 환상 속으로 ‘쏘옥’

영덕군 창포리 해맞이공원 주변 도로가 ‘낭만 상실의 시대’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물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해맞이공원 ‘빛의 거리’ 경관조명이 지난 7월 다시 불을 밝힌 것이다.

영덕군청은 “영덕을 향해 뻗은 고속도로와 동해안철도 개통으로 늘어난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군민에겐 특색 있는 휴식공간을 선사하기 위해서”라고 경관조명을 다시 켠 이유를 설명한다.

지난 2007년 가을 만들어진 해맞이공원 ‘빛의 거리’는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발전단지를 가진 영덕의 이미지와 결합된 공간. 밤은 물론 낮에도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이름이 높다. 이에 영덕군은 전망대와 경관조명 시설을 이 지역에 설치했다.

이후 해맞이공원 일대는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낭만적인 데이트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창포말등대와 더해져 빼놓을 수 없는 영덕의 관광명소로도 발돋움했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장비와 부품의 단종 등으로 2015년 5월 어쩔 수 없이 불빛을 꺼야 했다.

1억8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번에 다시 환한 조명이 쏟아지는 공간으로 꾸며진 ‘영덕 해맞이공원 빛의 거리 조명 보수공사’는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와 관련 영덕군 관계자는 “노후된 경관조명을 산뜻한 제품으로 교체하고, 그외 관련 시설도 현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꺼졌던 조명이 다시 켜졌다. ‘빛의 거리’가 낭만적 공간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푸른 동해의 물결과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는 해맞이공원이 새롭게 단장됨으로써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군민들에겐 ‘야간 드라이브를 즐길 명소’가 생긴 것이라 지역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영덕군청은 밤에 해맞이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과 조명 시설 도난 방지를 위해 ‘빛의 거리’ 전체를 CCTV로 24시간 촬영 중이다. 이와 함께 “감전의 위험이 있으니 조명은 눈으로만 즐기고 손을 대지는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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