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래 좌우하는 역사적인 얘기 나눠
남북정상 2일 차 평양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이례적으로 70분간 ‘독대’를 한 끝에 한반도평화를 위한 9월 평양공동선언문을 내놨다. 남북 정상은 전날 1일 차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양측 인사들을 모두 물린 채 한반도 미래를 좌우할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문 대통령의 2박3일간 방문 일정 가운데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할애된 시간은 전날 120분, 이날 70분 등 총 190분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일차 정상회담은 이날 오전 10시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렸다.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위치해 북한 체제의 ‘심장부’라 불리는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전날 회담이 열린 것과는 달리, 이날 회담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찾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감색 양복을 입은 문 대통령과 검은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미소 띤 얼굴로 백화원 영빈관 복도를 지나 함께 회담장으로 향했다. 복도 끝에는 남북 정상이 서로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린 모습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하늘색 원피스의 김정숙 여사와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리설주 여사가 두 정상의 뒤를 따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은 추가 회담은 오전 11시10분, 70분만에 끝났다.

전날 한국 측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 측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배석한 것과 달리 이날 추가회담에는 배석자가 없는 단독 회담이었다. 두 정상이 4월 27일과 5월 26일 정상회담에서 대부분 배석자를 대동하고 회담을 한 것과 비교해봐도 매우 이례적인 형식의 회담이었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도보다리 30분 독대에 이어 평화의집에서 배석자없이 얘기를 나눈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때는‘회담’이라기 보다는 ‘친교’성격이 짙었다.

전날 회담에 배석했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회담장 밖에서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소통하며 남북 정상 간 합의서 서명식 준비를 서둘렀다.

두 정상의 긴밀한 대화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70분만에 회담장의 문이 열렸다. 회담장을 나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짧은 인사만 한채 서로 반대쪽으로 향했다. 회담 시작 전 웃는 모습이던 문 대통령은 입술을 다문 채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 서명을 위해 다시 만났다. 문 대통령이 먼저 서명 장소에 도착해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가 함께 서명식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펜으로, 김 위원장은 만년필로 합의서에 각각 서명했고, 서로 환하게 웃으면서 서명이 담긴 합의서를 교환했다.

두 정상은 이어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각각 서명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다.

이어 전 세계로 전파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목소리로 한반도 평화를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며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수십 년 세월 지속되어 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서울 재회’ 약속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먼저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을 의미한다”며 시기를 보다 구체화하면서 화답했다.

/평양·서울공동취재단=김진호기자

    평양·서울공동취재단=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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