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한국의 교육 시스템 중에서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원청 담당자가 몽골 교사 연수단에게 물었다. 어떤 질문이 나올 지 궁금해하던 찰나에 묻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몽골 에르덴산트 학교장이 질문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교사 평가를 어떻게 합니까?” 짧고 굵은 질문이었다. 지원청 담당자가 몹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정말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교사 평가는 어떻게 이루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뭔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있지만, 과연?

그래서였을까? 답 대신 되묻는 질문이 나왔다. “몽골에서는 교사 평가를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답을 못한 질문에 대해 몽골 교사 연수단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답을 했다. “몽골에서는 교사 자격시험이 두 번 있습니다. 일단 첫 시험으로 교사들을 선발합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일선 학교에서 근무를 하십니다. 그리고 5년 후에 종합 시험을 다시 봅니다. 그 시험을 통과해야지만 비로소 영구적인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배석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부러움 가득한 반응이 흘러 나왔다. “우리는 한 번 교사가 되면 자기가 나가지 않는한 영원히 교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장롱 면허증’이라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한 번 따놓으면 쓰든 쓰지 않든, 심지어 그 자격증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그런 자격증 중 하나가 교원 자격증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만약 우리나라에 몽골의 교사 임용 및 평가 제도를 도입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금방 포기했다. 왜냐하면 서울시 교육청이 시도하려고 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린 ‘수습교사제도’에 대한 교육계의 집단 반발을 필자는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예전부터 지금의 교사 임용 및 평가 방법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학생들에게는 봉사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한 번도 봉사를 해 본 적이 없는 교사들이 수두룩한 것이 지금의 교육 현장이다. 또 학생들에는 나눔, 배려 등 인성요소들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은 철저하게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것 또한 지금의 교사집단이다.

아무튼 몽골의 교사 평가에 대해 다들 놀라고 있을 때 몽골 연수단에서 새로운 질문을 했다. “한국은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합니까?” 교사 평가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만회(挽回)의 기회라도 잡은 듯이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빠르게 답을 하였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한국에서는 서술형 평가를 봅니다.” 서술형 평가라는 말에 몽골 교사 연수단은 몹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전에는 5지선다로만 학생들을 평가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평가 방법이 있습니다. 수행평가라는 과정 평가도 있고, 또 논술형 서술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종합적인 발전 정도를 평가합니다.”

“채점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그것에 따라 채점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교사들의 능력이 됩니까?” “……!”

잠시 동안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짧은 침묵 동안 필자는 생각했다. 과연 교사들의 능력이 될까? 시를 한 번도 써 본적이 없는 국어 교사가 수행평가 과제로 시 쓰기를 낸다면 과연 그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질까? 교사 능력에 대한 교육청 담당자의 답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교육지원청 방문을 필두로 몽골 교사 연수단은 2박 3일의 짧은 연수를 마치고 몽골로 갔다. 그리고 이 번 주 편지가 왔다. 감사했다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들이 떠난 지금 필자의 머리에는 세 가지 선명한 질문이 새겨져 있다.

교사 평가는? 학생 평가는? 교사의 능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