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투자 늘린 뒤 조기 WTO 가입
‘삼성전자 효과’ 베트남식 벤치마킹할 듯
포스코 인프라 구축 특화로 최대 수혜 전망

▲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동행하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향후 베트남식 경제 개방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포스코의 역할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식 경제 개방은 북한이 합작법인을 선정하는 외국 기업의 투자 형태를 늘린 뒤 곧바로 제조업을 육성해 조기에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가 1986년 시장 경제 요소를 도입한 ‘도이머이’정책을 채택한 이후 2007년 WTO 가입으로 21년 만에 세계 경제에 편입된 것을 뜻한다. 경제특구별 국가주도의 전면 개방을 펼친 중국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북한 정부의 ‘합작법인’ 선정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어 이 부분이 베트남식 경제 개방과 닮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베트남은 삼성전자 공장투자 수혜를 톡톡히 봤는데 북한도 이를 염두에 두고 그 대상 기업을 포스코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시장에선 포스코가 북한 경제 개방에서 인프라 구축에 특화돼 단기적 수혜와 장기적 수혜를 동시에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베트남이 그랬듯 이 과정에서 북한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NH투자증권 북한데스크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는 북한의 도로와 건축 인프라 투자 확대에서 기본 소재인 철강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경제 개방 초기 과정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필요한데 북한의 철강 공급량이 부족해 포스코나 현대제철로부터 철근이나 ‘H빔’ 수입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포스코가 판매하는 열연, 냉연, 후판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초기 인프라 구성 이후에도 포스코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업 역할에 중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나진부터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까지 철도 54km를 개보수해 나진항을 수출품 경유지로 이용하려는 남·북·러 물류 사업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3억5천만달러(약 3천900억원)의 총 사업비가 20억 달러(2조2천590억원)로 증액되며 이 가운데 일부는 정부 지원금으로 사용되는 무게감을 가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포스코를 포함해 현대상선과 코레일까지 국내 3사가 남북협력기금 저금리 대출을 받을 것이란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온다.

과거 사례에 비춰 ‘무연탄’을 주목하는 해석도 있다. 포스코가 과거 북한으로부터 무연탄을 수입해 제철소에서 활용했던 만큼 경협이 재개될 경우 무연탄을 비롯해 북한산 철광석 등을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의하면 북한의 철광석 매장량은 약 50억t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가격은 국제시세 대비 10%이상 저렴하고 품질도 우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이번 방북에 동행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대북 사업’ 의지도 높아 정치권에서 대북제재 해제 등의 정책적인 문만 열어주면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차례 대북사업을 강조한 최 회장은 방북 직전 “(북한이) 우리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잘 살피겠다”고 했다. 포스코는 지난 8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대북사업에 올인한 상태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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