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종자 채취 명목
주요 등산로 주변 원목
뿌리 위까지 마구 베면서
군엔 공문조차 안보내
“울릉도서만 자생하는
토종 희귀목 씨 말리려나”
지역민들 ‘거센 반발

▲ 산림사업용종자 확보를 위해 뿌리 위까지 마구 베어지고 있는 울릉도 너도밤나무 군락지.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수목인 너도밤나무가 마구잡이로 베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북산림협력 사업을 위해 북한으로 보낼 나무 씨앗을 확보하라는 산림청의 지시에 따라 주요 등산로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울릉도 너도밤나무는 우리나라 본토에는 자라지 않고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참나무과 식물중의 하나이다. 울릉도 나리분지 너도밤나무군락지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상태다.

남부지방산림청 울릉국유림관리사업소는 ‘산림복구용 종자채취안내’를 통해 산림사업용종자(북한산림복구용 너도밤나무) 확보를 위해 작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종자채취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작업방법을 ‘고지톱(긴 톱)을 이용한 가지절단 후 채취’, ‘맹아목 솎아베기 후 채취’하도록 했음에도 잘 자라고 굵고 큰 너도밤나무를 뿌리 위까지 마구 베어내고 있어 지역민들의 반발을 싸고 있다.

울릉국유림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씨앗을 채취할 때는 긴 톱을 이용, 가지를 절단하고 원목의 생장에 지장이 없고 오히려 도움이 되는 전정(剪定·미관상 좋지 않거나 불필요한 가지 제거)을 통해 씨앗을 채취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등산로 방향에는 가급적 자제하는 등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가지를 절단 후 채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설명과는 전혀 다르게 원목을 마구 베어내고 있다.

주민 김모(70·울릉읍)씨는 “너도밤나무는 씨가 많이 달리지 않는데 원목을 마구 베어내 씨앗을 채취하고 있다”며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즉각 벌목을 중단을 해야한다”고 반발했다. 김씨는 또 “작업하는 인부들에게 ‘너도밤나무에 씨가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 그걸 얻으려고 그렇게 큰 나무를 베어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위에서 시켜서 일하지만, 우리도 황당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현재 베어내고자 나무에 노란 띠를 표시해둔 너도밤나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이 너도밤나무를 베어내고 있는 지역은 울릉읍 저동리 내수전에서 북면 석포 간 둘레길 구간으로 국유림이다. 특히 울릉읍 내수전~북면 석포 사이 등산로는 수십억 원을 들여 울릉도 옛길을 조성한 ‘해담길’ 코스로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어 경관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림 전문가는 “너도밤나무는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아 나무를 베어내도 씨를 많이 얻지 못한다”면서 “어느 정도의 양을 거두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씨앗을 북한산에 뿌릴 정도면 많은 양의 울릉도 너도밤나무가 훼손될 것”고 우려했다.

울릉도 토종 너도밤나무 씨앗 채취에 대해 울릉군은 관련 공문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유림은 산림청장과 시도지사가 관리한다. 하지만, 울릉도 순수토종으로 우리나라에선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희귀목을 베어내면서 울릉군과 협의도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주민 최모씨는 “남북 산림협력 사업으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너도밤나무 씨앗을 채취 북한 산야에 뿌리는 것은 찬성하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산림청이 희귀수목을 마구잡이로 벌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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