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승 자

그러나 나의 몫은 이제 깊이깊이 가라앉는 일. 봐라

저많은 세월의 개떼들이 나를 향해 몰려오잖니

흰 이빨과 흰 꼬리를 치켜들고

푸른 파도를 타고 달려 오잖니

물려 죽지 않기 위해, 하지만 끝내 물려 죽으면서

나는 깊이깊이 추락해야 해

발바닥부터 서서히 꺼져 들어가며, 참으로

연극적으로 죽어가는 게 실은 나의 사랑인 까닭에

시적자아의 비극적 상황을 더 심화시켜 가면서 비극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음을 본다. 이 시에서 비극은 사랑하는 일과 무관치 않음도 느낄 수 있다. 비극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더 밝고 희망적인 미래를 열어가라고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