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대안으로 민간주도의 자율성 증대와 기업투자 확대를 골자로 하는 ‘국민성장론’을 내놓으면서 대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즉각 거절하고 보수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 ‘재탕’이라고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생존이 걸린 경제정책을 이렇게 마냥 정치공방의 희생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정치권은 진지한 토론을 위해 마주 앉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한국당이 내놓은 ‘국민성장론’은 민간주도 자율주의를 표방한다.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감독’이 아니라 성장의 사다리를 구축하는 ‘촉진자(Catalyst)’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투자를 늘려 생산과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병준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국민을 규제·감독·보호·관리대상으로 보는 반면 한국당은 자율·창의·혁신·발전의 주체로 본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실패했다. 투자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경제의 올바른 활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차례로 나서서 역공을 펼쳤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이름표만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명박·박근혜식 경제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하고는 토론의 가치가 없다”면서 “토론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지”라고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당 김병준 위원장은 곧바로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젊은 청년들이 마음껏 뛰게 하고 소상공인에 대한 규제를 풀어 기회를 주겠다는 얘기인데 대기업 위주라는 말이 왜 나오느냐”며 “밑에서부터 우리 국민이 뛰게 해서 경제를 살리자는데 낙수효과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만성적인 불경기 속에 날로 삶이 팍팍해지는 힘겨운 민생을 내팽개친 채 정치권이 ‘성장담론’마저 정쟁소재로 삼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행태다. 국민들의 피폐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럴 수는 없다. 하루빨리 무릎 마주대고 앉아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집중토론을 통해 탈출구를 찾아내는 것이 옳다. ‘새우등 터지는 줄 모르고’ 고래싸움만 벌일 때가 아니다. 여야의 경제정책을 샅샅이 뜯어보고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지독한 불황의 늪에 빠진 국민들을 구해낼 동아줄을 서둘러 찾아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 지금 우리 정치가 펼쳐내야 할 일은 결코 ‘닭싸움’판이 아니다. 진정한 ‘협치’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 바야흐로, 대한민국호 밑바닥에 구멍이 나서 물이 콸콸 새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당리당략의 공론(空論)만 다툴 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