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화편집부국장
▲ 정철화편집부국장

민선 7대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3개월 가까이 되어간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정부의 단체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새로운 권력구도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지방정부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실현되는 과정은 역사 이래 불변의 법칙처럼 이어진 권력의 속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지방권력은 단체장의 당선 횟수 별로 다른 형태를 띠며 변화의 과정을 밟는다. 기존에 형성된 단단한 진입장벽을 뚫고 처음으로 입성한 초선 단체장들은 비교적 지도자의 덕목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흔히 지도자의 덕목으로 주역의 첫 괘인 중천건을 자주 인용한다. 중천건에는 지도자의 4가지 덕목으로 인, 예, 의, 지를 들고 있다. 널리 사람을 사랑하는 어진마음(仁)을 지니고, 의(義)로써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사회관계에 예(禮)을 갖추고, 업무를 하는데 지혜로워(智)야 한다.

초선 단체장의 경우 미처 행정업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공무원들의 조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간 원활하게 소통을 한다. 또 선거과정에서 민심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에 시민이나 외부인사들에게도 자세를 낮추고 충고나 지적을 경청하는 등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재선 고지를 넘어서면 이때부터 권력 의지가 작동하게 된다. 권력의 속성은 자신이 가진 힘을 언제라도 확인하려는 욕망이 내재해 있다. 4년 재임을 통해 행정업무 전반을 파악하게 된다. 직원들의 인물특성과 능력 검증도 끝나 인사를 통해 친위대 조직도 구성한다. 모든 의사결정에 단체장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조직 구조가 만들어진다. 거기에다 선거에서 다시 지지를 해준 민심이 자신의 든든한 지지기반이라는 착각이 더해져 오만과 독선, 독단의 길을 가게 된다.

독선적 리더십의 특징은 자신의 모든 결정이 옳고 정당하다는 논리로 무장한다. 그래서 남의 말을 듣지 않거나 아예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 귀에 거슬리는 충언은 듣기 싫어한다. 불통의 리더십이 고착되면 유능한 인재와 민심은 하나 둘 곁을 떠나고 끝내 권력의 중심에서 고사하게 된다.

이러한 권력의 속성은 동서고금, 역사 이래 중앙정치나 지방정치에서 불변의 공식처럼 되풀이됐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치의 지도자를 비롯해 경북도내 재선 이상 연임 단체장들에게서도 예외없이 반복됐다.

최근 경북도내 연임 기초단체장들에게서 불통의 리더십이 나타날 조짐이 있어 걱정스럽다. 지역 개발사업이란 명목으로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단체장 독단으로 사업을 강행하거나 지방정부의 동반자인 기초의회와 힘겨루기를 하는 등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외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3대 철학자로 불리기도 하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칼럼에서 “권력의 가치와 목적을 소유에 두면 사회는 불행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 권력은 봉사와 섬김을 위한 의무임을 알아야 자신도 불행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커 켈트너는 ‘선한 권력의 탄생’이란 책을 통해 “권력은 타인에 의해 주어지는 힘이며, 연민과 이타심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권력이 될 수 있다. 공감, 나눔, 감사 표현, 이야기하기. 이 네 가지 실천을 통해 우리는 서로 더 존중하고 결속하며, 권력을 더 선한 방향으로 쓸 수 있게 된다”고 권력의 속성을 풀이했다.

하나같이 권력의 가치와 목적을 봉사와 섬김에 둘 것을 제언하고 있다. 권력의 빛은 끝없는 자기비판과 성찰 없이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 권력의 길에 들어서면서 다짐했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것이 역사에 길이 남을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