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첫 TK예산협 ‘한심한 풍경’
대구·경북 여야 국회의원들
국비 홀대론 싸고 당파성 논쟁
예산확보 합심커녕 실망 키워
이철우·권영진 “뜻 모아달라”

“대구·경북(TK) 예산 홀대다” VS “TK예산 홀대 아니다”

17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 15층.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시도 행정·경제부지사, 시도 간부를 비롯해 TK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과 TK지역 출신 비례대표인 자유한국당 이종명·임이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대구 수성갑) 행정안전부 장관만 불참했다. 20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TK출신 의원들이 한자리에서 만난 이유는 TK예산 때문이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주최한 ‘대구·경북-국회의원 예산협의회’에서 지역 예산 증액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TK예산 홀대론에 대해선 여야 의원들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 향후 파장이 우려된다. 한국당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과 민주당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정부의 내년도 예산을 두고 TK예산 홀대인지 아닌지를 놓고 1차 공방전을 벌인데 이어 여야 의원 간 ‘TK예산 홀대 2차 공방전’이 벌어지는 낯뜨거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모두발언에서 “탈원전을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로 가면 경북에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경주에 원전해체연구소가 유치될 수 있도록 상임위를 떠나서 여야가 손잡고 도와달라”며 TK는 한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국비 확보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주장한 TK예산 홀대론을 의식한 듯 “TK예산 때문에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며 “절대 금액을 놓고 왈가왈부 하면서 TK패싱론, TK홀대론을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뼈있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못지 않게 잘 진행됐는데 이후 언론을 보니 국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왜 그러는지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경북도당위원장인 한국당 장석춘(구미을) 의원은 “데이터에 TK홀대라고 나와있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예산이 줄었고, TK인사도 배제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470조5천억원대의 2019년도 슈퍼예산안이 짜여진 가운데 국비지원이 대구시가 2조8천900억원, 경북도가 3조1천635억원으로 작년과 비슷하거나 감소된 반면, 광주는 2천346억원이 증액돼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고, 전남도는 올해 5조5천33억원보다 6천8억원이 늘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6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어 2시간여 동안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TK예산 홀대론을 둘러싸고 여야 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김정재(포항북) 의원은 지진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호남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하면 예산을 하나도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TK예산 홀대론을 설파했다. 또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수치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는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주당 홍 의원은 “광주와 전남도 예산이 오른 것은 복지예산 등 전체 국비예산을 포함했다. 이를 합쳤을 때 경북 역시 예산이 올랐다”고 반박하자,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과거 복지예산 등을 책정해 발표한 적이 없다”며 맞섰다. 이처럼 TK홀대론을 두고 여야간 격론이 이어지자, 일부 의원들이 중재해 홍 의원도 “예산확보에 적극 힘쓰겠다”며 일단 화해의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참석자들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액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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