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시설 건립 추진 지역서
대형지진 발생지 제외 ‘황당’
지역 특성화 체험관 전무해
“인구 등만 반영한 탁상행정”

“국민안전체험관이 엉뚱한 지역에 지어지고 있다”

지진을 직접 겪고 피해를 입은 포항과 경주 지역이 국민안전체험관 추진 대상에서 제외되자 지역에서 나오는 소리다. 행정안전부가 학령인구 등만 반영해 ‘말썽이 일지 않게’하는데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인구분포 등 산술적인 계산만 내세우는 무사안일 행정의 표본으로 타당성이 없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1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행정안전부의 전신인 국민안전처가 ‘9·12 경주 지진’ 직후 국민안전체험관을 확대·추가 건립키로 추진했다. 지진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교육시설이다. 전국의 155개 기존 안전체험관에 더해 제대로 된 체험관 14개소를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다. 오는 2020년까지 소방안전교부세 680억원을 재원으로 해 대형·중형·특성화 체험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신규 추진 안전체험관 건립지역에 포항과 경주가 제외됐다는 점이다. 지진을 알고 대비해야 할 지역을 쏙 빼버린 행정을 뒤늦게 알게된 지역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11·19 포항지진’의 진원에서 가까운 포항시 북구 장성동 주민 김모(62·여)씨는 “경주는 물론이고 포항은 지진을 직접 겪고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주민들이 많고, 지열발전소 문제 등을 두고 정부의 책임과 보상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데, 지진 직접피해 지역이 국민안전체험관 건립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항변했다. 김씨는 “포항에 이미 있는 2개 체험관이 있다지만 지진 대비 및 예방에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라고 되물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행정안전부의 정책이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은 형평성에만 치중한 면피성 선정기준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가 “각 지자체로부터 안전체험관 건립 요청이 많아 인구 등을 객관적으로 기준 삼아 편차없고 균형있는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는데서 드러난다. 행안부는 “우리 부 말고도 교육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안전체험관을 운영 및 추진하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행안부가 지을 국민안전체험관은 대형·중형·특성화 체험관으로 현재 8개 지역이 추진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형 체험관은 서울, 광주, 경기 등 3곳, 중형 체험관은 충북, 경남, 제주 등 3곳이다. 특성화 국민안전체험관은 인천과 울산 2곳에 건립된다. 적게는 120여억원에서 많게는 320여억원이 들어간다. 사업비의 절반 가량이 국비, 나머지는 각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울산은 최근 전국 최대 규모의 특성화 국민안전체험관이 건립돼 이미 문을 열었다.

북구 정자동 산 27일대 강동관광단지에 위치해 있고 부지면적 1만7천13㎡, 연면적 7천610㎡,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지진의 경우 3층 체험관에서 4차원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지진체험실에서는 지진 강도별로 실제 겪은 것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여진이나 추가 붕괴 우려 등에 대비한 단계별 지진체험도 가능하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재난을 특화해 만든 지진·원자력·산업안전 체험시설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소개했다.

현재 대구와 경북지역에는 지진 대비에 특성화된 안전체험관이 한 곳도 없다. 일반적인 안전체험관이 대구 2곳, 경북 7곳이 있을 뿐이나 최신식 안전체험관과는 비교할수도 없는 시설이다. 대구의 경우 시민안전테마파크는 지난 2003년 ‘2·18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설립됐고 어린이교통랜드는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예방기능에 국한돼 있다. 경북은 경산교통안전체험공원, 구미시민방위교육장 실습체험장, 김천어린이교통공원,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안동시안전교육체험장, 포항어린이교통랜드, 포항포스코글로벌안전센터 등이 있다.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민방위 교육 등이 주목적으로 지진체험과는 동떨어진 시설이다.

한편, 지진을 자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전국 단위로 ‘방재센터’로 불리는 안전체험시설 145개소를 운영 중이며 각 지역별 재난에도 특성화 맞춤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도 각 주에 하나 이상의 안전마을(Safety Village)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치원·초등학교 및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프로그램(Risk Watch, Learn Not to Burn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황영우기자

    황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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