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인은 술에 관해 대체적으로 관대하다. 술로 인한 실수는 사람탓보다 술탓으로 돌려 버리면 대강 넘어간다. 술을 잘 마셔야 직장이나 사회생활이나 잘 한다는 평판을 듣는다. 손님 대접을 할 때는 술 접대를 잘해야 잘 대접했다고 여긴다. 세계적으로 고급술이 잘 팔리는 나라로 알려진 것도 이런 음주문화가 한 몫한 탓이다.

지나친 음주는 담배보다 개인의 건강에 더 나쁘다. 국민의 습관성 음주는 국가적 차원에서 부담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모든 질병에 알코올이 기인하는 수준이 4%에 달한다고 했다. 수명단축뿐 아니라 고통도 수반한다. 또 알코올은 폭력사고와 같은 타인에 미치는 폐해도 많다. 반면에 담배에 비해 규제는 느슨하다. 정부가 내놓는 술에 대한 규제라고 해봐야 ‘적당한 음주’ 캠페인이 고작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술 소비가 많은 나라다.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12.3ℓ다.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다. 술 소비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도 따지고 보면 술에 대한 관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얼마 전 국가 공무원의 음주운전 현황 자료가 국회에서 발표됐다. 공직사회의 음주운전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보고서다. 2017년까지 최근 5년 간 국가직 공무원 3천655명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 매년 6백여 명 정도가 반복적으로 음주운전하다 적발되고, 징계를 받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징계된 공무원의 소속도 부처별로 다양했다. 공직사회 전체가 음주운전에 대한 ‘주의’ 인식이 매우 낮음을 짐작케 한 자료다. 특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공무원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공무원까지 음주운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공직자의 각성이 절실하다. 음주운전은 무고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연간 수 백 명이 음주운전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좀 더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겠다. 국가에 따라 음주운전자에 대한 제재가 각양각색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자가 기혼일 경우 배우자도 함께 수감한다고 한다. 우리도 더 단단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