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취소되면서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북한 비핵화’문제 해법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옳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약속을 신뢰하여 ‘종전선언’·‘남북교류’에 골몰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무장해제’는 자멸의 길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학자들이 북한 핵(核)의 동결 단계에서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남북 및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일들이 북한 비핵화를 보장하는 선제적 조치이고, 결과가 또 여의하다는 확증이 없는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다.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특사단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전 비핵화’약속을 전달했다. 판문점회담에서 김정은이 언약한 것으로 알려진 ‘1년 내 비핵화’는 가짜였거나, 최소한 뒤늦게 말을 뒤집은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치권은 ‘시간 끌기’에 성공하고 있는 김정은의 의도에 대해 일언반구의 경계도 내놓지 않고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 등이 합의될 것으로 알려져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NLL문제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 병력 운용 변화 등과는 사뭇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북한의 비핵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남북 군축합의는 북측의 막강한 비대칭 군사력(핵) 앞에서 남측의 일방적 ‘무장해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절대적인 경제력 우위를 근거로 북한의 군사력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큰 문제다. 인류 전쟁사에는 풍요에 취해 무(武)를 천시한 부국들이 가난한 선군 병영국가에 무너진 사례가 허다하다. 번영을 구가하던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북한처럼 인간을 전쟁기계로 만든 소수 스파르타에게 패망했다. 중국의 명(明)은 세계 23%인 1억5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에 180만의 대군을 갖고도 고작 6만 명 수준의 후금(後金) 팔기군에 무릎을 꿇었다. 1946년 국공내전 당시 중국의 국민당은 현대식 무기를 갖춘 430만 정예군을 보유하고도 120만 공산군 소총부대에 밀려 타이완섬으로 달아났다. 국민들과 군대가 정신적으로 ‘무장해제’된 나라는 절대로 온존할 수가 없는 법이다. 북핵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한시도 비상벨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형태든 ‘무장해제’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