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으나 정부는 별무 반응이다. 정부가 일방으로 탈원전을 선언해놓고 탈원전으로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원전 집적지역 주민의 고통은 아예 외면하고 있다.

울진군을 비롯 경북 동해안지역은 국내 원전의 절반이 있는 곳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지 1년이 지났으나 이들 지역은 여전히 탈원전에 대한 비판과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바뀐 정부정책으로 원전지역 주민만 피해를 덮어쓰고 있다. 지역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태도다. 울진군이 오죽하면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을까 싶다.

지난주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과 전찬걸 울진군수, 울진군의회 의원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촉구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정부와 울진군과의 약속이며, 정부는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하여 건설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울진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자치단체다. 주민의 뜻이기보다는 정부와의 협상과 내부 갈등을 통해 원전 집적지역으로 발전해 온 지역이다. 그 과정에 오랜 시간 주민들이 겪은 고통은 말할 나위 없다.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부 정책을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바뀌었다고 이런 과정들이 깡그리 무시된다면 누가 정부를 믿을 것인가. 울진주민들은 집권여당을 믿고 국가정책을 수용한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정책을 지지한 것이란 주장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가 외면할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전찬걸 울진군수는 “울진군은 이미 원전 의존형 경제구조로 바뀌었다”고 했다. 원전건설이 백지화되면 경기 위축, 유동인구 감소, 지역공동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면서 군의 존망을 걱정해야 된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이 빚는 부작용은 원전 소재지역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탈원전 정책이 국가 에너지 산업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수많은 지적이 있었다. 국민의 70%가 원전사용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민은 원전과 태양광 등이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국민 불안감 때문에 원전 사용을 중단했던 일본도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던 일은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도 25년이란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우리처럼 단숨에 원전사용을 중단한다는 것은 국가 에너지 수급의 안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탈원전을 막연한 공포감을 이유로 실행했다면 국가가 입을 손실을 고려치 않은 단견일 뿐이다. 특히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학계도 “사실상 공정이 진행 중인 사업으로 엄청난 손실이 예상된다”며 첨단원전 기술 유지 등을 위해서라도 재가동 검토를 주장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에 대한 비판의 소리에 더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