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진

아름다운 꽃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진다

영안실 앞에 분주한 사람들은

죽은 자의 영혼을 한 쪽씩 등에 업고 간다

그들의 등이 무겁게 휘어진다

뒤끝을 남기지 않는 꽃이 기억에 남듯

삶도 가파른 죽음의 벼랑에 급박하게 떨어질 때

혼란스럽지 않는 것일까

산 자들의 가슴을 후비는 공기

죽은 자를 부패시키는 공기

아름다운 꽃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진다는 시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떻게 살다가 가야할지에 대한 화두(話頭)같다는 느낌이 든다. 혼란스럽지 않게 어떤 아쉬움도 미련도 남기지 않게 이승을 떠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망자의 문상 자리에서 세상을 향하여, 살아있는 자들을 향해 조용히 화두 하나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