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서예가

우리나라는 헌법상 규정된 국민의 의무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의 4대 의무라 하면 국방, 근로, 교육, 납세의 의무를 말한다. 이중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를 제외하고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에 해당된다.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로 되어있다. 사상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남북으로 갈려진 우리 민족은 1950년 6·25라는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을 겪으면서 느슨한 국방이 나라를 얼마나 위험에 빠뜨리는지를 경험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와 민족의 보존에 필수적인 요소는 부국강병밖에 없다. 지난 조선의 역사를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의 끊임없는 주도권잡기 역사로 본다면, 건국 당시 정도전등은 신권국가를 만들고자 했으나 실패함으로써 태종부터 성종 대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강력한 왕권국가를 이룩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신권국가체제로 운영되었다.

신하들이 왕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왕권이 신권에 밀리는 막강한 신권국가였음에도 이들에게 국가는 없었다. 단지 남은 건 붕당만 있을 뿐이었다. 이로 인해 호란과 왜란을 겪었고 후기에 나타난 세도정치는 이 붕당이 만들어낸 최악의 정치노폐물이라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패망은 흔히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대충 얼버무리지만 그 속을 자세히 관찰하면 외환의 경우는 내부의 결속을 다질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에 그 강도만 적절하다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우의 경우는 자국의 역사를 스스로 폄하해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론을 분열시켜 국력을 소진하게 만들어 마침내 스스로 망국에 이르는 아주 위험한 요인인 것이다.

108년 전 경술국치로 조선이란 나라는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다. 우리 민족은 36년이라는 일제강점기속에 허우적거리다가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자 지금의 한국인 신생독립국가로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되어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병역의무는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의무였다. 가난하고 존재감 없는 한국을 스포츠로 세계 속에 알리기 위한 국위선양의 목적으로 1973년에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병력특례법이 최초로 제정 시행된다. 이 병역법 33조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은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근대산업화의 성공으로 글로벌시대에서 그 위상은 경제력이나 국방력이 상위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병력특례법은 더 이상 국위선양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결론이다.

올해 아마추어 선수들의 대회인 ‘아시안게임’에 병역의무를 미루거나 이행해야 할 위치에 있는 프로선수들을 대거 참여시켜 병역을 면탈 받은 사건은 이들이 국위선양 목적보다는 법을 이용하여 병역특혜를 통해 개인의 인기와 부를 누리려는 무임승차를 원하고 있던 것이다. 이로보아 이 특례법이 사실상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만요인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정자들이나 관료들 청문회를 보면 병역의무를 모호한 질병이나 건강상태로 대를 이어 면제받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항간에는 몸이 비정상적이어야 관료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연예인들 병역기피의 일탈행위를 차치하고라도 서울에 있는 한 대학 성악과 선후배들이 단백질 보충제를 다량으로 복용하거나 검사당일 알로에 음료를 많이 마시는 등의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2010년 이후 성악 전공자 중 체중과다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범죄행위 대상자가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각 계층에서 편법으로 병역을 면탈받아 무임승차하는 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조국이 없으면 위정자도, 각료도, 권력도, 스프츠 선수도, 예술인도 심지어 민족까지도 소멸되고 없다는 역사의 진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