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악화·콘서트 일정 겹쳐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불발
전주·대전경기장 등 상황 비슷
서울월드컵경기장측도 ‘난색’
종합운동장도 대안으로 검토

▲ 지난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칠레의 친선경기. 양팀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벤투호에 대한 기대감으로 축구 붐이 일고 있지만 정작 축구대표팀이 10월 A매치를 치를 경기장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월 12일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 16일 중남미의 복병 파나마와 잇따라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우루과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로 벤투호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결하는 5개국 가운데 최강팀으로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 등 화려한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

파나마는 FIFA 랭킹 69위로 한국(57위)보다 낮지만 러시아 월드컵 때 처음 본선무대를 밟았고 튀니지, 잉글랜드, 벨기에에 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이다.

벤투호로서는 9월 코스타리카와 칠레와 평가전 때 A매치 두 경기 연속 매진으로확인된 축구 열기를 이어갈 좋은 기회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두 경기를 치를 경기장 확보에 나섰음에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우루과이전 개최 장소로 유력했던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이 잔디 상태 악화로 개최가 불발된 게 첫 악재다.

애초 칠레와 평가전을 열기로 했다가 콘서트와 폭염으로 잔디가 훼손되면서 A매치 개최권을 박탈당했던 부산은 우루과이전 개최 우선권을 받았으나 같은 기간 대규모 대중문화공연인 아시아송페스티벌을 열기로 하면서 A매치 유치를 포기했다.

유력 후보였던 부산 개최 무산으로 다른 경기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축구 전용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은 10월 A매치 기간에 전국체전이 열리고 인천축구전용구장은 콘서트 개최로,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콘서트 개최 후 잔디 상태 악화로 평가전을 열 수 없다.

또 제주월드컵경기장과 울산문수구장은 우루과이 대표팀의 항공 일정상 개최가 어렵다.

축구협회는 대안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A매치 장소로 섭외 중이지만 해결해야할 변수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11일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 2경기가 열린 데다 폭염 여파로 전체적인 잔디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FC서울이 이달 16일과 26일, 30일 세 차례 K리그1(1부리그) 홈경기를 벌인다.

지금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의 홈경기 세 경기까지 치른 후에 10월 A매치까지 잔디를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축구협회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측에 10월 A매치 개최 필요성을 전달하고 유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측은 지난해 8월 31일 이란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때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따가운 비판을 받은 경험이 있어 선뜻 A매치 유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처럼 A매치 경기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축구 전용구장이 아니더라도 프로 구단들이 홈구장으로 쓰는 종합운동장등도 대안 후보로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