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주요 덕목으로 손꼽으라 하면 청렴성과 도덕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공직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에 사인(私人)과는 근본적 생각과 자세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이 그런 정신이다.

도덕심이란 선과 악을 구분하여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정상적 사고의 사람이라면 당연시하는 규범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솔선돼야 할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은 본래부터 사람의 마음은 착하게 태어난다는 천부적 도덕심에 근간을 둔 학설이다. 맹자는 어린아이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본 사람은 칭찬이나 혹은 주변의 비난이 두려워서 아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사람의 본성이 착하기 때문에 행한다고 설명한다. 맹자의 성선설은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실천적 근거로 활용되면서 유교사상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

우리 사회가 유난히 도덕적 규범을 엄하게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에는 유교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덕심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훌륭한 정신적 가치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나 경제 그 어떤 분야의 활동이든 도덕심을 잃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얻기가 어렵다.

도덕심이란 측면에서 보면 서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유럽의 도덕적 가치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설명하지 않아도 동서고금은 도덕성을 절대적 가치로 삼는 생활의 윤리기준을 갖고 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위장전입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매번 청문회마다 똑같은 일들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국민이 느끼는 혐오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왜 국가경영에 참여하겠다는 후보들이 도덕적 책무에 소홀한지에 대한 거부감이다. 위장전입을 하고도 자기 나름의 이유가 변명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전쟁에 나서 오십보 도망간 군사가 백보 도망간 군사를 비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위장전입이 공직자 임명의 강제적 기준은 안 된다하더라도 그 사실을 불가피성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수용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