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난초에 꽃이 피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불만이시다

하루는 나더러

물을 안주고 학대하면

꽃이 핀다고

이제 난초에 물을 그만 주라고 하신다

그래도 나는

난초에 물을 자꾸 주었다

아버지 몰래

생명의 본원에 대해 알고싶어 하는 아이에게 아버지의 대답은 극히 현실적이지만 아이가 터득한 것은 생명의 근원을 대하는 마음, 정성, 사랑임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사람이든 자연물이든 아름답게 꽃 피우며 생명을 이어가는 원천은 세밀하고 자상한 관심과 간절한 사랑이라는 것을 시인은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