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 최근 서울에서 빚어진 상도동 유치원 건물 붕괴사고에서 목격했듯이 과연 안전한 대한민국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6일 오후 11시 서울시 동작구에서 발생한 유치원 건물붕괴 사고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하마터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뻔한 현장이다. 곧 넘어질 듯 건물이 기울어진 것이 한밤중이었다. 122명의 어린이가 다니는 유치원 건물이 대낮에 기울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큰 인명사고도 가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5개월 전 이 건물은 자체진단 결과 붕괴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관할 구청 등에 통보했으나 그냥 무시당하고 말았다고 한다. 공무원의 안전 불감증을 탓할 일이다.

11일 오전 경북 청도의 한 온천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용객 1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62명의 이용객이 연기 등을 마셔 청도 등 8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으나 이 건물 어느 곳에도 대피방송이나 경보음이 없었다고 한다. 스프링클러조차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투숙했던 일부 이용객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건물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불난 지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인명구조용 소방다리차가 도착하는 등 소방당국의 허술한 초동 대처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건물의 소방장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온천 관계자는 “사설 소방업체로부터 소방안전점검을 한달 전쯤 받았으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확한 사고경위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사고현장에서 드러나는 각종 석연찮은 의문점이 사고를 항상 키워왔다는 점에 걱정스럽다. 이번 청도 용암온천 화재사고는 작년 12월 발생해 66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이 연상될 만큼 위험천만한 사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일 안동에서는 42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안동호 수상길이 개방 1년도 안돼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관광객들의 통행이 없었던 오전 시간대에 무너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아찔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연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포항시 남구 해도동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4층 건물이 눈에 띄게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안전조치를 제대로 않고 있다고 한다. 이 건물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할 것인지 아찔하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늘 큰 사고에는 전조현상이 있다. 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적극적 방어만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 타파에 공직사회가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