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등 6개사
‘담합 프레임’에 불만
행정소송 가능성

철강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 온 가격담합이 이제는 법 위반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5년 전 후판 담합사건처럼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철근 가격 담합 과징금 부과에도 행정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6개 철근제조사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대한제강, 환영철강, 와이케이스틸 등 6개 철근제조사가 가격담합을 했다며 1천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들 철근제조사들은 공정위가 ‘담합 프레임’을 무리하게 적용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 제조사들이 할인폭을 조정하는 것은 시장 가격 폭락을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하게 채택한 방식이다. 공장도 가격은 그대로 두고 건설사 등 수요처와의 협상에서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한건설자재직협회(건자회)라는 건설사측 실무자와 철근 제조사측 실무자들이 대표로 만나는 ‘철근가격협의체’를 통해 분기 단위로 가격을 정하면 유통 시세에도 반영되는 구조다.

따라서 양쪽이 만나는 협상 테이블에서는 제시 가격이 공유될 수밖에 없다. 또 건자회와 철근 제조사들이 타결한 가격이 100% 지켜지는 구조도 아니다. 추가적인 물량 할인 적용 등 변수로, 최종 공급가격에는 업체별로 1만~2만원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같은 분기별 가격 결정 방식은 지난 2014년부터 도입했다. 당시 현대제철이 앞장섰고, 다른 철강사들은 눈치보기에 바빴다. 공정위가 이번에 담합 기간으로 특정한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는 분기별 가격 결정 방식이 안착한 이후다.

건설사와 철강사들이 모여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은 과거 양 업계간 힘싸움으로 철근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권고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8월부터 건설사들이 철근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3개월 간 세금계산서 수취를 거부하자 철강사들은 그해 10월부터 공급 중단으로 대응했다.

이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재에 나서 철근 가격 결정을 위한 ‘협의체’운영을 권고했다. 지경부는 이같은 방식이 공정거래법(담합)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 해석도 내렸다.

공정위는 철근가격협의체를 통한 가격 결정 방식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았지만 이를 기반으로 철강사들 간에 별도의 합의가 있었던 것을 담합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각 철강사들은 조사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없다고 소명했다. 실제 공정위 발표자료를 보면 각사별 철근 가격 할인폭이 들쭉날쭉하다.

철근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굳이 철근제조사 직원들이 모이지 않아도 유통업체 몇 군데의 시장조사만하면 경쟁사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 지 알 수 있는 구조”라며 “국내 업체들끼리만 경쟁하는 게 아니라 중국산 등 수입재가 유입되는 상황이다보니 담합을 통한 가격 유지도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2년 공정위는 포스코, 포스코강판, 현대제철(옛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옛 유니온스틸), 동부제철, 세아제강, 세일철강 등 7개사에 대해 냉연·아연도금강판 및 컬러강판 담합 협의로 총 3천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고 2013년 5월까지 모든 업체에 ‘의결서’ 발송을 완료했다. 기업들은 의결서를 받은 즉시 이의신청과 행정 소송에 나섰고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은 과징금을 분할 납부하면서까지 소송을 진행했다.

문제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과징금은 일단 납부를 해야 한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현대제철 417억원, 동국제강 302억원, 한국철강 175억원, 환영철강 113억원, 와이케이스틸 113억원, 대한제강 73억원이다. 액수가 당초 조사 과정에서 알려졌던 ‘1조원’의 10분의1 수준이긴 하나,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부담은 크다.

만약, 분할납부 진행 중에 행정소송에서 철강사가 승소하면, 이미 지불한 금액에 이자를 붙여 되찾을 수 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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